기업은행의 ‘홍대 상권 부동산 투어’에 참가한 PB고객들이 부동산 투자 컨설턴트(왼쪽)의 상권분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박한신 기자
기업은행의 ‘홍대 상권 부동산 투어’에 참가한 PB고객들이 부동산 투자 컨설턴트(왼쪽)의 상권분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박한신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홍익대 인근의 대로변. 기업은행이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초청해 연 수익형 부동산 투어에 참여한 주부 A씨는 “홍대 상권 중 30, 40대 직장인이 많이 찾는 상가가 어느 곳이냐”며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상가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10~20대가 몰리는 곳의 상가는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작년까지만 해도 개발 호재가 있는 경기 평택, 세종시 등 지방에서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이번엔 서울의 핵심 상권 중 하나인 홍대 상권을 골랐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월세 나오는 상가에 높은 관심

이날 행사는 은행PB 부동산컨설턴트 등 전문가들과 함께 홍대 상권 골목골목을 3시간가량 돌며 상권과 건물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 이촌동에 사는 B씨는 수익률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는 연 수익률이 3~5% 정도라는 전문가의 설명에 “서울 핵심 상권이라 그런지 수익률이 기대보다 낮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계속 찾는 곳인 만큼 투자를 고려해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금융자산을 상가 투자로 돌릴 생각인데 부동산은 거액의 돈이 묶이는 게 단점”이라며 “재매각이 쉬운 매물이 있다면 투자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엔 PB고객 22명이 참여했다. 기업은행은 당초 15명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초청받은 고객의 지인들까지 몰렸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50~60대 주부와 은퇴자 외에 30~40대도 눈에 띄었다.

김연화 기업은행 WM사업부 차장은 “정기예금 금리가 연 1%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금융자산에서 매달 월세가 나오는 상가로 이동하려는 추세가 확연하다”며 “예전엔 노후에 대비한 상가 투자가 주류였지만, 지금은 30~40대들도 주택 대신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수익률이 다소 낮아지는 추세인 만큼 충분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행사 늘리는 은행 PB

기업은행뿐 아니라 신한 국민 하나 등 다른 시중은행도 최근 부동산 투자 관련 행사를 늘리고 있다.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PB고객이 초저금리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부동산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판교신도시 등을 투자자들과 함께 돌아보는 행사를 열었고, 국민은행은 강남과 이태원 등 서울 핵심 상권에서 부동산 투어를 진행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주최하는 부동산 관련 행사가 큰 호응을 얻으면 거액 자산가들이 금융자산을 은행에서 빼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며 “그런데도 부동산 투어를 늘리는 것은 자산가들이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비중을 늘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