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천자칼럼] 100세 작가 시대

100세 작가가 쓴 작품을 찾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흔치 않은 일이었다. 적어도 지난 세기까지는 그랬다. 소위 거장들이라고 해도 마지막으로 쓴 작품들은 보통 70~80대에 발표한 것들이다. 빅토르 위고는 72세때 ‘93년’을 마지막으로 집필했다. 레프 톨스토이는 70세에 ‘부활’을 발표했고 78세에 마지막 작품인 ‘인생 독본’을 펴냈다. 헤르만 헤세 역시 80세까지 작품을 출판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사망하기 1년 전인 82세에 ‘파우스트’를 끝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달라졌다. 90대 작가들이 쓴 작품은 아예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 됐다. 100세 이상의 노인이 쓴 작품이 늘고 있다. 특히 고령국가 일본에서 100세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건강과 장수비결을 얘기한 책이 많다.

국내에서도 이런 책들은 꽤 번역돼 있다. 101세 할아버지가 쓴 일본어 이야기도 있다. 일본 최고령 시인 시바타 도요의 시집은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 98세에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을 출간, 일본에서만 160만부나 팔았다. 100세 때인 2011년 ‘100세’라는 시집을 내면서 서문에 ‘30년을 더 살 줄 알았더라면 뭔가를 해야 했다’고 후회하는 글을 적었다.

미국에선 지난달 109세로 영면한 투자계의 거물 어빙 칸이 102세에 펴낸 벤저민 그레이엄 추모집이 시선을 끈다. 한국에서도 서울대 법대 학장을 지낸 고 최태영 박사가 102세 때인 2002년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를 출간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현역 화가인 103세 시모다 도코 할머니의 에세이집 ‘103세가 돼 깨우친 것’이 단연 화제다. 출간된 지 한 달도 채 못 돼 베스트셀러 반열에 등극했다는 소식이다. 그는 영국 대영박물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할 만큼 화가로도 유명하다. 시모다 할머니는 이 책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건 인간의 본능이며 나이가 들어도 그렇다”고 말한다. 또 “‘언제 죽어도 좋다’는 말은 거짓이며 살아 있는 한 인간은 미완성”이라고 한다. 상수(上壽)를 넘긴 영혼의 고고한 울림이 느껴진다. 운명 앞에선 어떤 사람도 무력하므로 항상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 역시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나라에서 100세 이상이 1만5000명가량이라고 한다. 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우리도 곧 있으면 100세 이상 작가의 작품이 곧 나올 것 같다. 노년에는 글쓰기가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프랑스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말하지 않았나.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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