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집회에 정치색 덧칠하는 시위꾼들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16연대가 주최한 ‘세월호특별법 대통령령 폐기 촉구 범국민 추모문화제’는 비교적 차분하게 끝났다. 이날 행사에는 경찰 추산 2300명(주최 측 추산 5000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경찰과 별다른 충돌 없이 자진해산했다. 앞서 열렸던 18일 집회에서 경찰 버스가 파손되고 일부 유가족과 시위대가 연행되는 등 폭력시위로 번졌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르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화제에 앞서 서울 동서남북(홍익대 정문·용산역·성신여대 입구·청량리역)에 집결해 광화문까지 행진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강북 도심 지역의 극심한 교통체증이 우려됐다. 교통량이 많은 신촌, 남대문 등에선 버스를 기다리는 일부 시민이 불편을 호소했다. 시위대가 집결하는 세종대로 사거리에선 4개 행진대열이 광화문광장으로 진입하는 동안 일부 정체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없었다.

1주일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화적인 시위가 이뤄진 것은 지난 18일 시위가 너무 과격하게 진행된 데다 순수 추모가 아닌 정치적 집회로 변질됐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많다. 홍대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한 일부 단체가 ‘세월호 참사는 학살이다. 박근혜 정권은 퇴진하라’고 쓴 인쇄물을 거리에 뿌리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이 “당신들 때문에 시위대 전체가 욕을 먹는다”고 강하게 항의하는 등 내부적으로 절제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평화적 집회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이날 열린 문화제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해 데모당, 노동당, 정의당, 노동전선, 서울청년네트워크 등 세월호 참사와 큰 관련이 없는 많은 외부 단체가 참여했다. 언제든 정치집회와 폭력시위로 변질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16연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27일)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차관회의 상정(30일)에 맞춰 내달 1일 광화문광장에서 1박2일 ‘철야 행동’을 예고했다. “자식 잃고 생기를 잃어가는 부모들을 폭도로 매도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고 외친 한 유가족의 절규를 집회에 참석했던 각종 단체들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김동현 지식사회부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