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不敗) 신화’로 여겨졌던 절세(節稅) 예금상품이 외면을 받고 있다.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비과세 예탁금에선 올 들어 5조원 이상 빠져나갔다. 세금우대종합저축과 생계형저축이 통합된 비과세종합저축 가입 실적도 기대 이하다.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여파로 이자소득 면세 혜택을 과감히 포기하고, 부동산 증시 등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보는 부동자금이 늘고 있어서다.

초저금리에 '절세 예금'도 외면…5조 이탈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호금융의 비과세 예탁금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상호금융 점유율 1위인 농협의 비과세 예탁금은 지난 20일 기준 60조6400억원으로 지난해 말 64조200억원에서 3조3800억원가량 급감했다.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들 4대 상호금융의 전체 비과세 예탁금은 같은 기간 137조5000억원에서 131조7000억원으로 5조8000억원 증발했다.

상호금융 등 조합 예탁금 상품은 1인당 3000만원 한도로 이자소득세 14%를 면제해주는 예금이다. 농협 수협 등 지역조합의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준조합원 자격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어 절세 상품으로 인기가 높았다. 정부의 한 해 비과세 감면액은 9000억원대에 이른다. 정부의 저축지원 비과세 감면 규모(약 1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농협 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예금 만기까지 1~2년 자금이 묶여야 하기 때문에 예탁금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지난 3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예탁금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고 전했다.

고령층과 장애인에게 비과세 특례를 지원하는 비과세종합저축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3대 시중은행의 비과세종합저축 가입 실적은 4월 총 12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1분기(1~3월) 월평균 3200억원씩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입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비과세종합저축은 세금우대종합저축(3000만원 한도 분리과세)과 생계형저축(3000만원 한도 비과세)이 통합돼 올해 새로 도입된 비과세 상품이다. 고령자 기준을 종전 6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2015년 61세부터 2019년 65세까지 한 살씩 단계적 상향)으로 높이면서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렸다. 한 은행 지점장은 “세금우대종합저축이 만료된 가입자들이 대거 비과세종합저축으로 갈아탈 것으로 예상했지만 초저금리 여파로 실제 상황은 달랐다”며 “재형저축 등 다른 절세 상품도 마찬가지로 예전 같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세 상품을 외면한 자금은 부동자금으로 머물거나 부동산 증시 등 신규 투자처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금기관들의 저축성 예금은 줄고 있지만 수시입출식예금은 늘고 있다. 농협상호금융도 올해 수시입출식예금이 2조원 가까이 늘면서 총예금은 3조원가량 증가했다. 이미 펀드 등으로 이동한 자금도 적지 않다.

세종=조진형/황정수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