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소셜커머스…빅3 모두 적자에 허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인터넷쇼핑몰인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지난해 일제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급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최대 소셜커머스사인 쿠팡의 적자가 1000억원을 웃돌 정도다. 독창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수익구조를 찾기보다는 손쉬운 마케팅에 의존하는 행태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속빈 강정…‘소셜 3사’ 모두 적자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3사는 지난해 모두 큰 폭의 적자를 냈다. 쿠팡은 2013년 42억원이던 영업손실이 지난해 1215억원으로 급증했다. 위메프와 티몬도 각각 290억원, 24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누적으로 따지면 이들 3사의 영업손실은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적자는 컸지만 매출은 매년 두 배 안팎으로 급증하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485억원에 달했다. 2013년 1464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위메프는 1843억원, 티몬은 15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 해 전보다 각각 135%, 37% 늘었다.

실적 발표 후 업계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대방의 실적을 믿을 수 없다는 해설자료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티몬 위메프는 쿠팡이 수수료만 매출로 잡는 자신들과 달리 판매한 상품의 원가까지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집계해 매출 규모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매출 순위 2위에서 3위로 밀린 티몬은 위메프가 쿠폰 사용 금액까지 매출로 잡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순위 다툼에 마케팅비 눈덩이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는 데 대해 소셜커머스 회사들은 사업 초기에 불가피한 투자비를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철균 쿠팡 부사장은 “지난해 물류와 배송 강화를 위해 1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며 “적자액 1215억원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사업 초기 일반적인 매출 대비 손실률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과도한 마케팅비를 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업체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비가 급증하다보니 자본잠식과 파산을 우려해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사의 마케팅 비용을 합치면 1600억원이 넘는다. 매출의 24%에 달하는 규모다.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회사들의 마케팅비가 매출의 4~6%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마케팅비 비중이 높은 것은 상품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를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비슷한 의류, 패션소품, 생필품 등을 내걸고 경쟁하다보니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고 할인 쿠폰을 남발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살아남는 곳이 독식하게 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징도 마케팅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2010년 500억원이던 소셜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5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빅3’를 제외한 수백개 회사는 대부분 존재감이 미미한 실정이다.

투자유치나 매각을 위해 순위 경쟁에 너무 매달리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 자체에서 수익을 내기보다 지분 매각을 노리다보니 큰돈을 받기 위해서라도 순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