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영상 보고 네덜란드 주부도 김장 담가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구글 유튜브 요리채널에서 ‘망치’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김광숙 씨(사진). 그의 인생은 8년 전인 2007년 4월 유튜브에 자신의 오징어볶음 비법을 담은 동영상 한 편을 올리면서 180도 바뀌었다.

김씨는 당시 자신만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들과 즐기는 것이 취미인 평범한 여성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동시통역사를 잠깐 했지만, 캐나다로 건너가서는 은행 창구직원과 영화 엑스트라를 번갈아 하면서 주말이면 자원봉사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은 50만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한 유튜브 요리채널의 스타다. 거주지도 미국 뉴욕으로 옮겼고, 열흘에 한 번 새로운 한식요리 비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는 게 본업이 됐다. 별도로 자신의 이름을 건 인터넷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구글 관계자가 “미국에서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사 스튜어트보다 더 인기가 높다”고 말할 정도다.

1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오징어볶음으로 시작해 비빔밥 불고기 닭강정 무지개떡 오이장국까지 좋아하는 음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김씨가 영어로 진행하는 요리프로그램을 본 외국인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대로 요리를 따라 만든 뒤 소감을 남기는 사례도 많아졌다. “한 번은 김치를 만드는 방법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한국에서는 20~30포기씩 한꺼번에 김장을 해 겨울 동안 먹는다’고 했더니 네덜란드 주부가 ‘그대로 따라 한다’는 댓글을 남겼더라고요.”

그가 제작한 동영상 시청자 중 65%는 미국인이다. 유럽과 아시아, 남미에도 열혈 시청자가 많다. 최근에는 한국인 시청자가 늘어 한글로 자막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김씨가 지금까지 소개한 한식 메뉴는 125가지. 최근에는 조리법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유명인이 된 지금 그에게 한식은 더 이상 취미가 아니다. 김씨는 “세계 시청자들이 한국 음식과 문화에 관심을 두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유명인사가 된 비결로 이질적인 문화를 소통하는 언어 구사 능력과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꼽았다. 유튜브는 고정 시청자가 5000명이 넘는 아마추어 콘텐츠 제작자에게 첨단 음향설비와 카메라, 편집 장비를 갖춘 스튜디오를 무료로 제공한다. 스타 콘텐츠 제작자를 양성해 기존 방송사를 위협할 정도의 채널을 구축한다는 게 유튜브의 전략이다. 인기 콘텐츠에 따라붙는 광고 수익은 유튜브와 제작자가 나눈다. 김씨도 이곳에서 방송사의 제작 스튜디오와 같은 시설을 활용해 요리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지금은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의 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세상을 향해 자기 자랑을 한 번 해보세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