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건설회사의 소송이 확산할 조짐이다. 특히 현대건설 등 7개 건설회사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청구 소송은 큰 파장이 예상된다(▶본지 4월14일자 A1, 8면 참조). 국가계약법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관행으로 굳은 공공기관의 ‘내부지침에 따른 불공정 발주’에 건설회사들이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장 삼성물산 등 다른 건설회사들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소송결과에 따라서는 추가 소송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회사들의 이번 소송은 그동안 당연시되던 공공기관 불공정 발주 관행에 제동을 건 사건이라는 평가다. 사실 공공기관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국가계약법에 상충하는 자체 규정을 만들어 건설회사에 부담을 떠넘겨 왔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건설회사로서는 발주처인 공공기관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울며 겨자 먹기다. 공공공사는 손해만 안 보면 다행이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다.

최저가낙찰제 등으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공사 중 발생하는 온갖 추가비용까지 다 건설회사 몫이다.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를 낮추고, 법적으로 보장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깎고, 공기연장 추가비용을 건설사에 전가하는 공공기관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공공기관 부채문제가 불거지면서 그 횡포는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2010~2014년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공사 부대비용 소송만 32건에 달한다는 게 이를 말해준다. 공공기관의 불공정 발주에 더는 견디기 힘든 건설회사들이 소송으로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공공기관 불공정 발주가 사회간접자본(SOC)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프트웨어(SW) 사업 등 다른 발주 또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단가 후려치기, 일방적 과업 변경 등 국가계약법을 위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니 시장의 생태계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외치지만 갑의 지위를 악용하는 이런 불공정 관행을 뿌리뽑지 않는 한 공공기관 정상화는 공염불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