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4대 은행 고액예금 512억원 감소 그쳐
투자형 상품으로 지난해 선이동 분석
"경기회복 불확실해 관망 중" 해석도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 예금 금리가 연 1%대로 주저앉았지만 부자들의 5억원 이상 정기예금 계좌에선 별다른 자금 이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에선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이 늘기도 했다. 자산가들은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필요 자금을 미리 투자형 상품으로 옮긴 뒤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정기예금에 잔액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대 초저금리에도 꿈쩍 않는 은행권 고액예금

○움직임 없는 자산가 정기예금

12일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의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 잔액은 3월 말 기준 13조4035억원으로 지난해 말 13조4547억원에 비해 512억원 줄어드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와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에서 분기마다 2000억~3000억원가량의 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3월 말 14조2726억원에서 6월 말 14조239억원으로 2487억원이 빠져나갔다. 9월 말에는 13조837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862억원 줄었고, 12월 말에는 13조4547억원으로 3개월 만에 3830억원이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3월까지 감소폭이 512억원에 그쳤다.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 잔액이 3조9686억원에서 4조139억원으로 늘어난 은행도 있었다. 이 은행 임원은 “자산가를 붙잡기 위한 금리 이벤트를 한 것도 없는데 줄어들던 잔액이 갑자기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이 금리가 떨어져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 정기예금에 돈을 묶어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50대 이상 연령층이 대부분인 자산가들은 돈을 불리는 것 이상으로 손실 없이 원금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다.

이희수 신한은행 PB팀장은 “최근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투자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움직이는 계층의 상당수는 중산층 급여소득자”라면서 “금리에 민감한 자산가들은 이미 지난해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끝냈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 확신 서야 움직일 듯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자산가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종전보다 0.3%포인트 내린 3.1%로 하향 조정한 만큼 경기 추세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PB팀장은 “부자들은 ‘지키는 것이 버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 자금시장 격변기를 두 번이나 겪은 만큼 전체 자산 중 최소 절반 정도는 정기예금에 남겨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예금을 빠져나간 자산가들의 돈 중에서도 실제 투자시장으로 옮겨간 자금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만큼 자산가들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고 차명계좌 문제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금을 집 금고에 보관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이 2012년 61.7%에서 지난해 25.8%까지 떨어진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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