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윤년 윤달 윤초
올해는 윤초(閏秒) 덕에 7월1일 오전 9시를 기해 1초가 덤으로 생겨 화제다. 사소한 1초라도 우주항공 정보통신 금융결제 등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선 여간 중요한 게 아니다. 보통 시계는 1초를 뒤로 돌려야 하지만 휴대폰 시계는 자동으로 조정된다니 다행이다.

윤년 윤달 윤초는 막상 그 원리를 설명하려면 쉽지 않다. 이참에 알아두자. 여기서 ‘윤달 윤(閏)’은 덤 또는 공짜로 얻은 달이란 뜻이다. 천자문에 ‘윤달이 남아 해를 이룬다’는 윤여성세(閏餘成歲)란 구절도 있다. 영어로는 건너뛴다는 의미로 ‘leap year(윤년)’, ‘leap second(윤초)’라고 부른다.

먼저 윤년은 1년이 약 365.2422일인 까닭에 5시간48분45.2초가 남는 데서 생겨났다. 로마 율리우스력은 4년마다 윤일(2월29일)을 두어 맞췄다. 이 역시 1년에 11분의 오차가 있어 16세기 그레고리우스력에선 400년 동안 97일의 윤일을 넣어 보정토록 했다. 4의 배수(2016년)와 400의 배수(2000년)는 윤년이고, 100의 배수(2100년)는 평년으로 삼는다.

윤달은 태음력(354일)이 태양력보다 11일이나 짧아 한 달을 끼워 넣은 것이다. 윤달이 없으면 5, 6월에 폭설이라는 황당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BC 433년 그리스 천문학자 메톤이 19년 주기로 7번의 윤달을 넣어 태양력과 일치시키는 ‘메톤 주기’를 고안했다. 중국에선 기원전 600년께 이미 19년 순환주기(章法)를 발견했다고 한다.

윤달을 넣을 때는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을 쓴다. 24절기 중 우수 춘분 곡우 등 12개 중기(中氣)가 들어 있지 않은 첫 달을 윤달로 삼는다. 윤달은 음력 5월 전후에 많고 11, 12, 1월에는 없다. 속담에 ‘윤(閏)동짓달 초하루에 빚을 갚겠다’가 거짓말을 뜻하는 이유다. 윤달에는 재액이 없어 이장(移葬)을 하거나 관, 수의를 만들어 둔다. ‘동국세시기’에는 결혼도 좋다는데 민간 속설에선 귀신들이 샘을 낸다고 기피하는 사람이 꽤 많다.

1972년 도입된 윤초는 현대 과학의 산물이다. 그리니치 표준시(GMT)와 세슘 원자시계 간의 차이가 0.9초를 넘으면 1초를 더하는 것이다. 지구 자전속도가 조수간만 등의 영향으로 미세하게 변하는 탓이다. 1999년까지 22번 윤초가 더해지는 등 이번이 27번째 윤초다.

윤초는 국제지구자전국(IERS)이 필요할 때마다 공표한다. 다음 윤초는 지구만 알고 있다. 하늘을 보고 정하던 시간을 초당 91억9263만1769번 왕복한다는 세슘 전자가 결정해준다. 덤으로 1초를 얻었어도 세월은 더 빨라지는 것 같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