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은행 '대약진'…英·美·日 단숨에 추월
중국계 은행이 한국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문을 연 지난해에만 다섯 개 중국계 외은 지점(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자산 합계가 25조원이나 급증하며 영미계와 일본계 외은 지점의 외형을 추월했다.

고금리 상품을 찾는 개인투자자 대상의 소매금융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무역금융과 기업대출에서도 초우량 대기업 위주에서 중견기업 등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계 은행들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 등을 통해 연 3.5% 정도 금리를 주는 상품을 팔아 자금을 빨아들인 뒤 이를 기업에 집중 대출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웠다.

중국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농업은행 등 다섯 개 중국계 외은 지점의 자산 합계는 지난해 말 52조249억원으로 미국계 은행(25조9000억원)의 두 배를 웃돌고, 영국계(44조1000억원)보다도 8조원 가까이 앞선다. 50조원 수준의 한국씨티은행보다도 많다. 개별적으로도 중국은행 서울지점 자산은 19조5856억원으로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20조950억원)과 외은 지점 1위를 다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바탕으로 ‘금융굴기(金融起·세계 금융질서에서 우뚝 서겠다)’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 시장 영업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안방보험그룹의 동양생명 인수에서 보듯 중국 금융자본의 국내 금융사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계 은행들이 영업 강화를 위해 인력 확충에 나서면서 영미계와 일본계 은행에서 이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장은영 중국은행 서울지점 수석부장은 “위안화 채권, 대출, 예금 등 신상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