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공기업 혁신방안을 내놨다. 이제부터라도 부실이 심한 곳은 신속하게 퇴출시키고 설립 기준을 엄격하게 해 신설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비대한 국가공기업의 난맥상에 가려졌던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들에 대한 일대 혁신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부실 지방공기업을 적극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은 거듭 제기돼 왔으나 법적 규정이 미비한 데다 지자체의 님트(NIMT·내 임기 중엔 불가) 현상까지 겹쳐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태백관광개발공사를 비롯해 390여개 지방공기업 중에는 소속 지자체에 재정부담만 가중시켜온 ‘좀비기업’조차 적지 않다. 구조조정 기준인 부채비율 400% 이상, 유동비율 50% 미만 등 이번에 마련된 청산기준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그런 만큼 이 기준에 못 미치는 곳은 즉각 정리해야 마땅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사를 무분별하게 신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자치부가 전담기관을 두고 공사 설립 타당성을 사전 검토한다는 것은 잘한 선택이다. 심사원칙은 명확하다. 시장성을 갖추되 민간 영역을 침해하는 공기업은 안 된다. 시장에 맡겨두면 더 잘될 사업을 공공에서 의욕만으로 성공한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 퇴직자들 뒷자리 마련이나 지방선거 논공행상 차원의 자리배분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지방공기업만도 아니다. 아예 공기업은 더 만들지 않는 게 개혁의 시작이다. 정부 주도의 개발기를 거치며 온갖 공기업이 세워졌으나 이제는 민간 영역을 잠식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새누리당이 1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100곳이 민간기업과 경합한다. 관광공사의 면세점, 교통안전공단의 차량검사,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건설관리공사의 감리업무 같은 게 그렇다. 공기업을 만들고나면 필연적으로 정치가 작동하게 된다. 그 결과는 공기업의 부실이요, 국민부담 증가다. 교도소까지 민영화하는 판이다. 시장화가 가능한 사업은 민간에 맡기고 비효율적인 공기업은 민영화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