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30일부터 ‘서민형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한다. 기존 재형저축 대비 가입 요건을 총급여 2500만원 이하 근로자 등 서민층으로 제한하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크게 완화한 상품이다. 업계에선 비교적 높은 금리에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아온 기존 재형저축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서민형' 재형저축 출시…3년만 유지하면 비과세
○3년만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

이번에 출시되는 서민형 재형저축의 특징은 기존 재형저축에 비해 비과세 요건이 간소화됐다는 점이다.

기존 재형저축은 가입 뒤 7년간 상품을 유지해야 15.4%의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재형저축의 장점인 비과세 혜택 조건이 너무 길다 보니 서민의 재산형성이라는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를 고려해 이번에 출시하는 서민형 재형저축은 3년만 유지한 뒤 중도해지해도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대신 가입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기존 재형저축은 △총급여액 5000만원 이하 근로자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가 가입요건인 데 비해 이 상품은 △총급여액 2500만원 이하 근로자 △종합소득금액 1600만원 이하 사업자로 요건을 낮췄다.

청년층 가입조건도 추가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최종학력이 고졸 이하인 청년(병역이행 기간을 뺀 연령이 만 15세 이상 만 29세 이하인 거주자)’도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금리는 기존 재형저축과 같다. 은행별로 혼합형(최초 3년 또는 4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은 연 3.4~4.5%, 고정금리형은 연 2.8~3.25% 수준이다. 기존 재형저축 가입자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올해 1월1일 이후 기존 재형저축 가입자 중 서민형 재형저축 가입요건을 충족한 사람은 내년 2월 말부터 서민형 재형저축으로 일괄 전환된다.

○“가입조건 까다롭다” 비판도

은행업계에선 신상품이 기존 재형저축의 대안이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재형저축은 2013년 3월 나왔지만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비과세와 고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선 7년 가입요건을 유지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서 금리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다시 가입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못 미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은 기존 재형저축에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4.5%(혼합형 기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 자체 적금 금리보다 2%포인트 이상 높다.

일각에선 서민형 재형저축의 가입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재형저축의 단점을 보완했지만 소득 등 가입조건이 까다로워 몇 명이나 가입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각종 공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도 많다. 비과세만으로는 서민재산 형성에 기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A은행 관계자는 “총 급여 2500만원 이하의 근로자들이 납입할 수 있는 금액에 한계가 있다”며 “서민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소득공제 혜택 등 추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