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데스크 시각] 제2롯데월드 이대로 놔둘 건가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대표적인 내수 기업이다 보니 중후장대형 기간산업과 수출 기업을 인정해 주는 국민 정서상 높은 점수를 받긴 힘들다.

롯데의 조직문화도 호감을 주는 편은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거화취실(去華就實)’론은 외부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업의 본질에 충실하라는 경영 이념을 담고 있다. 하지만 외부와의 소통에 소극적이다 보니 ‘베일에 싸여 있는’ 기업 이미지를 줘 온 게 사실이다.

1200개 일자리 날아가

롯데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를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했다. 제2롯데월드몰 안전 논란이다. 롯데는 지난해 4월 쇼핑몰의 영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이 국가적 화두가 되는 와중에 6개월이 지난 10월에서야 서울시로부터 임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제2롯데월드몰은 어렵게 임시 사용 승인을 받은 뒤에도 계속 안전 문제의 상징이 됐다. 공사 현장에서의 인명사고와 같은 무시할 수 없는 사고도 있었지만 소소한 일까지 롯데월드몰에서만 발생하면 기사가 됐다. 급기야 영화관과 수족관이 안전 논란에 휘말려 휴업 중이고, 공연장 공사까지 중단돼 있다.

영화관과 수족관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서울시의 내부 기류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롯데월드몰에서 안전 문제가 이어지고, 롯데가 제대로 대외 소통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해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그러나 서울시 간부들이 롯데월드몰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꼭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롯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해서 롯데월드몰 일자리의 중요성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롯데월드몰이 영업을 시작할 때 6200여명에 이르던 직원 수는 이제 5000여명으로 20%가량인 1200여명이 줄었다. 100여명이 일하던 극장에는 휴업 중임을 안내하는 직원 1명만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안전 확인됐다면 영업 재개를

지난해 12월16일 시작된 롯데월드몰 영화관·수족관에 대한 영업정지는 100일을 훌쩍 넘겼다. 1500쪽에 이르는 정밀안전진단 보고서가 서울시에 제출돼 있다. 영화관 흔들림과 수족관 누수는 실제보다 과장된 것으로,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영화관과 수족관에 안전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면 하루 속히 재개장 승인을 내줘야 한다. 정무적 판단에 얽매여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일자리는 그만큼 계속 비어 있게 된다. 수족관 영업이 재개되면 일자리 외의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롯데 측은 수족관과 면세점을 연계한 관광코스를 개발하면 하루 평균 2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더 다녀갈 것으로 보고 있다.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는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공법상 건물 높이가 60층을 넘어갈 경우 공사비가 몇 곱절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회장이 엄청난 투자비를 감안해 60층짜리 건물 두 개를 짓자고 부친에게 건의했다가 혼쭐난 뒤 두 번 다시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건축물을 조국에 남기고 싶다”는 게 신 총괄회장이 30년 가까이 품어온 필생의 과업이다. 올해 93세인 기업인 신격호가 마지막 애국의 길로 선택한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와 함께 2만여명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다.

윤성민 생활경제부장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