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권영설 논설위원 페루 리마에서 열리고 있는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총회에서도 토마 피케티는 비판의 대상이었다. 자본주의 자체를 이해 못 하고, 정치적인 선동으로 ‘21세기 자본’을 썼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강연자가 “자본소득이 경제성장률보다 압도적으로 더 빨리 증가했다는 피케티의 주장은…”이라는 말을 꺼내면 대부분 조크에 반응하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평등’은 리마 총회 둘째날의 주제였다. 이날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옹호하며’를 주제로 발표한 알베르토 베네가스 린치 아르헨티나 라플라타국립대 교수 사례가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짧지만 단호한 평가였다. 그는 “피케티는 등장과 동시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IMF, 그리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과 스티글리츠의 아이돌이 돼버렸다”며 “피케티는 자본주의와, 절대로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없는 소위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를 엉터리로 뒤섞어놓고, 정부가 고율의 세금을 부과해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통계도 대부분 엉터리이며 소수의 손에 부가 집중돼 있던 옛 러시아의 통계를 마치 시장체제의 결과인 양 반영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린치 교수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시장경제의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자유주의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말을 인용하며 개인의 소득과 부의 격차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시장과 자유계약에 의하지 않고 세금 등으로 강제하는 소득재분배는 결국 실질 임금이나 소득을 줄이고 낭비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시장이야말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최선의 정책이라는 주장이었다.

공동발표자로 나선 허버트 그루벨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는 19년간의 캐나다인 소득을 추적 분석해 오히려 소득 최하위 20%에 속한 사람들의 87%가 상승하고, 반대로 최상위에 속했던 사람 가운데 36%가 하락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피케티의 통계적 왜곡에 대한 통계적 대응이었다. 불평등 문제는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리마 총회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