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해온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신약 개발은 나의 목숨”이라며 연구개발을 독려해온 임성기 회장의 승부수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임성기 'R&D 승부수' 통했다…7억弗 기술수출
○업계 최대 기술수출

한미약품은 19일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류머티즘관절염 표적치료제 ‘HM71224’를 6억9000만달러(약 7700여억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유럽에서 1상 임상시험까지 마친 이 표적치료제의 글로벌 판권(한국 중국 제외)을 일라이릴리에 넘기는 조건이다.

한미약품은 계약금 5000만달러와 단계별 성과보수를 받는다. 한미약품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단계에 따라 총 6억4000만달러의 마일스톤(성과보수)을 받고, 상업화 이후에는 10% 이상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HM71224는 합성신약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다. 현 관절염 치료제인 항체의약품보다 가격이 싸고 복용도 편리한 먹는 알약이어서 시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유럽에서 열린 류머티즘학회에서 한미약품의 치료제에 주목하고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부몰 일라이릴리 연구 수석 부사장은 “자체 연구뿐 아니라 이번 한미약품과의 협력 같은 사례를 통해 면역질환 분야에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며 “HM71224가 면역질환의 혁신적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사활 건 ‘퀀텀 프로젝트’

한미약품은 최근 3년간 신약 연구개발에 4000억원을 투자했다. 절대액과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 모두 1위다. 지난해에는 매출의 20%인 1525억원을 신약 개발에 쏟아부었다. 지난해 3, 4분기에는 글로벌 임상으로 인한 연구개발비 증가로 1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실적 악화를 보였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연구개발비 투자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주가도 8만원대까지 밀렸다. 경영진마저 불안해할 때 임 회장이 나섰다. 그는 지난 1월5일 신년 하례식에서 “바보 소리를 들어가면서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 신약 개발은 내 목숨이나 마찬가지”라며 개발진에 힘을 실어줬다. 해외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자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임 회장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신약 개발은 ‘퀀텀 프로젝트’로 명명한 당뇨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다. 지난해 연구개발의 60%를 당뇨치료제에 쏟아부었다. 이르면 오는 6월께 2상 임상시험 결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당뇨치료제 신약도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성재 KDB대우증권 책임연구원은 “제약사의 공격적인 연구개발이 대규모 기술수출 등의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제약업계에 주는 의미가 크다”며 “튼튼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어 시장의 주목도가 높다”고 전했다. 한미약품은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20만9000원에 마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