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사진)은 이직이 잦은 증권업계에서 보기 드문 ‘원클럽맨’이다. 1986년 입사 이래 30여년간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맨으로 잔뼈가 굵었다. 프라이빗뱅커(PB), 투자전략팀장, 리서치센터장 등 크고 작은 일을 맡아 두루 일을 익혔다. 산전수전을 마다 않는 성격상 늘 일복이 뒤따랐다. 그 정점이 ‘동양사태’(동양그룹의 법정관리)의 풍랑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는 ‘25시간’을 살았다. 몸담아온 회사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란 게 주변의 평이다.

서 사장의 요즘 화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작업이다. 회사가 작년 5월 대만 1위 증권사 유안타증권에 인수된 것을 새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간 증시 교차거래 허용) 전문 증권사로 입지를 굳힌 것이 그 첫 번째 과실. 국내 유일 범중화권 증권사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킨 게 주효했다. 서 사장의 시선은 지금 선강퉁(선전과 홍콩 간 증시 교차거래 허용) 주식거래시장에 꽂혀 있다. 올해는 이 시장마저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유안타라는 이름이 아직 생소합니다.

“대만 1위 증권사인 유안타(元大)증권은 1990년대부터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 사무소를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금융회사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중국 선전에 종합증권회사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대만은 중국·대만(양안)서비스무역협정에 따라 중국 증권사 경영권 지분을 살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나라입니다. 중국을 가장 잘 아는 증권사가 된 것입니다. 유안타는 대다수 증권사가 적자를 기록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때에도 손실이 난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어떤가요.

“국내 후강퉁 직접거래 부문에서 삼성증권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 격차가 작년보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3~4위권 증권사들과 격차는 더 벌리고 있습니다. 후강퉁에 이어 중국 증시를 달굴 선강퉁 주식거래시장에서 국내 1등을 하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 ‘후강퉁’도 잘 모르는 투자자가 많은데요.

“작년 11월 후강퉁이 시행되면서 상하이 A주식시장에 약 18조원의 외국인자금이 들어왔습니다. 이 중 한국에서 들어간 투자자금은 약 6000억원에 불과합니다. 아직 국내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중국 기업의 실적이나 회계에 의구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강퉁으로 상하이A주식을 사들인 투자자 대부분이 유럽이나 미국 자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만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안타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유안타는 홍콩·상하이 현지에서 실시간 시장 분석이 가능한 리서치 인력 200여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다른 증권사들은 중국 현지 증권사와 제휴해 후강퉁 관련 정보를 제공받고 있지만 중화권 내부 조직을 통해 직접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유안타가 유일합니다. 최근 유안타가 출시한 중국 현지 리서치 전문가들의 추천으로 운용하는 랩 상품과 소액 적립식투자 신탁상품은 시장에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가입계좌수가 1700건을 넘어섰습니다. 선강퉁 시행에 앞서 선전증시 주식을 미리 담는 일명 ‘선강퉁 선취매펀드’도 이달 중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중소형주 중심인 선전증시에 자산의 70%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상하이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또 인공지능 종목투자시스템(마이티레이더)에 선강퉁을 접목한 서비스도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 해외 주식 실전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투자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해외주식 포털(가칭)’을 구축하고 상반기 중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매긴 유안타그룹 신용등급은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A-’입니다. 옛 동양증권 자산은 동양사태 때 25조원이었지만 최근 30조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직원은 3200여명에서 1700여명으로, 지점도 165개에서 80여개로 줄었지만 영업력은 그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회사가 효율적으로 체질개선이 된 거죠. 내부 인력이 젊어지고 언어구사력도 뛰어나 후강퉁, 선강퉁 마케팅을 위한 업무 역량도 월등히 올라가고 대응도 빨라지게 됐습니다. 올 들어 하루평균 거래고객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입니다. 올해는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예상됩니다.”

▷과거 ‘주식자본시장(ECM) 명가’로 불렸는데요.

“지난해 9월 이후 5건의 공모회사채 대표주관과 다수의 인수단 참여, 공모 전환사채(CB) 주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상장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와 사모하이브리드채권 발행 등 구조화 금융 영업도 재가동하고 있습니다.

또 중화권 증권사로서 중국 관련 ECM의 첨병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골든센추리’라는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IPO) 주관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중국과의 국경 간(크로스보더) M&A 주관 영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증시 전망은 어떻습니까.

“후강퉁 시행 전후로 중국 증시가 60%가량 상승하면서 단기 급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 상승 추세의 초기 국면으로 평가합니다. 주가 상승 동력이 고성장보다는 자본시장 개방과 저평가에 있기 때문에 경제는 7% 안팎의 성장만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 특히 최근 금리 인하에서 볼 수 있듯 중국 정부는 지속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성장 기조를 뒷받침해줄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현재 중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9배로 주가 급등에도 여전히 글로벌 평균 대비 40%가량 낮은 상태입니다.”

▷자산관리(WM) 시장은 어떻게 대응합니까.

“자산관리시스템인 ‘W솔루션’을 은퇴 준비 설계, 은퇴 생활 설계, 조기은퇴 설계 등 3단계로 세분화했습니다. 모든 지점에 은퇴설계 전문가를 양성해 배치했습니다. 중화권 증권사로서 중국 현지 네트워크와 협력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조직 내 융합은 잘되나요.

“매일 아침 대만, 한국, 홍콩, 상하이, 베이징, 선전 법인의 대표들이 영상회의를 합니다. 유안타가 작년 동양증권을 인수한 것은 아시아 자본시장의 허브로서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인수하고 증자하는 데 40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대만에서 온 황웨이청 공동대표는 2013년 10월부터 동양증권 인수작업을 할 때 협상해온 파트너로서 ‘동지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석에선 저를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하는 사이입니다. 당시 동양증권은 동양사태의 후유증으로 유안타가 인수하지 않으면 청산될 위기에 처했죠. M&A 책임자였던 저와 황웨이청이 회사 안팎에서 쏟아졌던 비난 등 당시 겪었던 고난을 다 합치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겁니다.”

■서명석 사장은

서명석 사장은 1961년생으로 충암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았다. 1986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해 지점 PB, 투자전략팀장, 리서치센터장,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거쳤으며 2013년 11월 업계 최초로 내부 리서치센터장 출신으로 사장이 됐다. 한때 ‘동양사태’로 회사가 위기에 처했지만 2014년 5월 대만 1위 유안타증권에 회사를 매각하는 작업을 성사시켜 당시 협상 상대였던 황웨이청(黃維誠) 유안타증권 사장과 회사 공동대표에 올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