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평생 ‘남보다 반의 반 걸음 더 가자’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제 명함 뒷면에도 이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17일 오후 3시 서울 서강대 바오로관에서 대학생 100여명 앞에 선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62·사진). ‘한국경제신문과 함께하는 최고경영자(CEO) 특강’에 나선 그는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 청년 시절 동대문시장에서 맨손으로 창업해 성공한 일화 등을 소개했다.

“어려운 시절이었죠. 어릴 때부터 부산 국제시장에서 일했어요. 서울에 올라와 1982년 동대문의 한 평(3.3㎡)짜리 옷 가게에서 의류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부단히 노력하고 열심히 살면 못 이룰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보다 반의 반 걸음만 더 나가자’는 게 그런 의미죠.”

자신의 취미가 권투라고 밝히면서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3분 3회전 훈련(3분간 권투 스텝을 밟고 1분 쉬기를 3회 연속하는 고강도 훈련)을 하면 입에 침이 쩍쩍 붙고 쓰러질 지경이었어요. 그때마다 코치님이 ‘그 순간만 참아’라고 소리쳤습니다. 살면서 힘들 때마다 그 말을 되새깁니다.”

최 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우린 헝그리 정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을 때 마음가짐과 습관을 확실하게 잡지 않으면 100세 시대를 버틸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쩌면 120세, 130세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는 성공의 3대 요건으로 뚜렷한 목표, 성실함, 열정을 꼽았다. “하루아침에 휙휙 바뀌는 세상 아닙니까. ‘보통’의 마음가짐으로 살면 안 됩니다. 요즘 취업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꿈을 크게, 구체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저는 동대문에서 일할 때도 ‘나중에 꼭 브랜드 사업을 하겠다. 훌륭한 기업가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사가 잘돼도 꿈을 잊지 않았습니다.”

패션그룹형지에는 현재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캐리스노트, 노스케이프, 스테파넬 등 15개 국내외 브랜드가 있다. 이 중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토종 여성복 브랜드 샤트렌은 지난해 매출 98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는 1050억원이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해 ‘1조 클럽’에 진입했다. “한국경제신문이 과분하게도 제게 ‘패션왕’이란 별명을 붙여줬어요. 다양한 브랜드를 갖추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아요. 노력하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 사는 거, 마음 먹기 나름 아닙니까.”

그는 대학생들에게 한국경제신문 등 경제신문을 애독하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저 같은 CEO들은 한경 같은 경제신문을 많이 읽습니다. 지면도 좋고요. 경제 돌아가는 것을 알려면 필독해야 합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