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우려 지나쳐", "미국 기준금리 올린다고 곧바로 따라 올릴 필요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기준금리를 1.75%로 전격 인하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이 총재는 "디플레는 대개 경기 침체에 수반해 나타난다"면서 "현재 경제 성장세가 미약하기는 하지만 3%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을 과도한 경기 침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준금리 인하의 이유와 관련, "내수 회복세가 생각보다 상당히 미약하다"며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성장 잠재력까지 저하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금리 추가 인하에 따른 부작용으로 가계부채가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데, 관리가 가능하겠나.

▲ 금리 인하는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인식을 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도 그 일환이다.

가계부채는 통화 당국뿐 아니라 재정·금융감독 당국도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로의 역할에 대해 선을 긋는 것 없이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각 기관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내외금리차가 축소되면 자본이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 향후 관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다.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특히 유의해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오래전부터 정부와 중앙은행 모두 외환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를 유의해서 보고 적절히 대응하겠다.

-- 이번 인하 결정 때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을 어느 정도로 고려했나.

미국이 언제쯤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나.

▲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성명서에서 '인내심(patient)'이라는 문구가 빠질지 여부다.

'인내심'이라는 문구가 살아있으면 적어도 두 번의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문구가 빠지면 금리 인상 시점의 불확실성이 예전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연준은 금리를 정상화하더라도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은 확실치 않다.

연준이 경제지표에 근거해 인상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했으니 이들이 중시하는 고용과 기대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두 지표를 면밀히 보면서 예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시장 일각에선 금리를 0.25%포인트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 금리가 경기 회복세 지원에 충분한가.

▲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2.0%)가 실물경제를 제약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이번에 내린 금리(연 1.75%)는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언제까지 1%대 기준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나.

▲ 연준이 빠르면 6월, 또는 9월 중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하반기에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 해서 다른 나라도 금리를 곧바로 따라 올려야 하는 건 아니다.

미국은 제로 금리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 해도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이를 고려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국제 금융시장 자금의 흐름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는 눈여겨보도록 하겠다.

상황 전개에 따라 1%대 금리의 유지시기가 결정된다.

-- 보통은 수정 경제 전망을 하면서 금리를 조정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인가.

▲ 두 달간 일부 경제지표와 실적치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갖고 지금의 경기 흐름을 판단했다.

다음 달에 추가로 확보되는 자료로 다시 한번 지켜보겠지만, 두 달간의 지표로 점검해보니 내수 회복이 미흡해 1월 경제 전망 때 예상했던 흐름에는 (경기 수준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경기 하방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이상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 이번 금리 인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결정인가, 아니면 경기부양에 더 큰 중점을 둔 결정인가.

▲ 내수 회복세가 생각보다 상당히 미약했다.

이 상태가 오래가면 성장 잠재력의 저하까지 연결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금리 인하의 주된 배경으로 볼 수 있나.

▲ 저뿐만 아니라 금통위원들도 디플레에 대해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디플레 발생 가능성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한국 경제가 디플레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디플레는 모든 품목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을 뜻한다.

그러나 지금의 낮은 물가는 상당 부분 공급 충격에 기인한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아 0.5%였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2.3%였다.

대개 디플레는 경기 침체에 수반해 나타난다.

현재 경제 성장세가 미약하기는 하지만 3%대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을 과도한 경기 침체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디플레라고 볼 수는 없다.

디플레는 자기실현적 기대로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2% 중반대에 있고 아직 유가 하락의 2·3차 파급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플레 상황은 아니다.

물론 저성장이 장기화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상실하면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디플레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경계심을 가지라는 목소리로 이해하고 있다.

디플레에 들어섰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본다.

--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 한도 등 실물경제 지원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인가.

▲ 올해 연간 통화정책 방향과 최근 국회 업무보고 때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규모도 늘리고 지원 대상을 정밀하게 짜고 있다.

작년에는 지원 한도를 3조원 늘렸는데, 이번에는 성장 잠재력을 확충한다는 차원에서 지원 규모를 지난번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최근 한달 사이 환율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나.

▲ 한 달 사이 변화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했고, 일부 국가들이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로 외환시장에서 환율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에도 주목하는 상황인가.

▲ 엔저에 대해서는 약세 속도가 워낙 빨라 누차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각국의 환율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수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총 수출에서 대(對)일 수출 비율이 5.6%이고 대 유럽 수출 비중은 9% 정도 된다.

총 수출 측면에서 보면 유로지역 수출이 많기 때문에 유로화 환율 변동은 엔화 환율 변동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리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수출 경합도가 높아 엔화와 유로화 환율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 전 세계적인 통화완화 기조가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나.

▲ 두 달간의 경제지표로 판단한 결과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예상했던 바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선 한 달이라도 빨리 인하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각국의 통화완화를 환율 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어느 나라 중앙은행 총재도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근린궁핍화 정책에 동참한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의 재닛 옐런 총재도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이나 경기 등 국내 부문에서의 정책 목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은 아니라는 의견을 최근 말한 바 있다.

--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 최저임금 인상에는 양면성이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증대시키는 효과, 가계와 기업의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긍정적 효과와 기업의 부담을 균형 있게 고려해서 내려야 할 결정으로 생각한다.

-- 단기적으로는 구조개혁이 경기 활성화를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구조개혁과 경기활성화 대책이 따로 갈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경기 회복의 효과를 높이려면 구조개혁은 경기활성화 정책과 병행돼야 한다.

-- 이번 금리 인하 전에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때 앞으로 금리 조정 여부는 경제 상황에 달렸고, 한은이 예상했던 흐름대로 성장이나 물가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시그널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망 경로를 이탈하면 통화정책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다.

2월 금통위가 늦게 열려 의사록이 이번 달 금통위 직전에 공개되는 바람에 시그널이 부족한 측면은 있다.

필요하다면 의사록 공개 시점을 시장과의 소통을 원활히 한다는 차원에서 조정할 생각이 있다.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거시경제 정책이기 때문에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물가와 경기를 가장 먼저 고려하겠다.

▲ 금리 인하가 내수 진작이나 투자로 연결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금리를 내리면 일차적으로 금융시장을 통해 효과가 파급된다.

시장금리 등을 통한 일차적 파급경로는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인다.

예대 금리가 기준금리 조정폭만큼 인하됐고 은행 대출이 상당폭 증가했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선 여러 가지 제약 요인이 있어 과거보다 금리 인하 효과가 못하다는 분석은 가능하다.

작년 8월 금리 인하 이후 6개월쯤 시간이 지났다.

이론적으로는 소비·투자에 미치는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야 할 시점이다.

구조적 요인, 글로벌 요인으로 인해 금리 인하 효과가 제약되기는 하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도 지난번 두 차례 인하한 것과 같이 금융시장을 통해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소비와 투자에도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기준금리가 더 낮은데 지금이 그때보다 경기가 더 나쁜 것인가.

▲ 국내외 경제여건이 다르다.

당시는 충격이 갑자기 왔고 지금의 저성장, 저물가는 장기간 진행되고 있다.

지금의 기준금리(1.75%)가 당시(2.00%)보다 낮다고 해서 지금의 경기가 그때보다 나쁘다는 해석은 무리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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