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은 12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해 예상치 못한 '깜짝 인하'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연중 추가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한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낮췄다.

1%대의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온 채권 시장이지만 이날의 금리 인하는 시장 전망보다 빠르게 이뤄진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시장 전문가 114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2.1%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이 같은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하 가능성 여부에 다시 쏠리고 있다.

일단 다수 전문가는 추가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추가 금리 가능성에 대해 힌트를 거의 주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총재는 이날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과 국내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하며 이전과 크게 달라진 시각을 나타내지 않았다.

박형민·강승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가장 우려하는 모습이었다"며 "늘어나는 가계 부채 문제도 부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범·문예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현재 1%대의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를 고려하려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급격한 속도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라는 점, 이 총재가 현재 정책금리가 실물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한 점 등도 추가 인하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정성욱 SK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원 2명이 금리 동결을 주장한 것은 단기적 시계 내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 수준이 실물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한 점은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돼 연 1.50%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날 금리 인하로 한은도 이미 세계 '통화전쟁'에 합류했다는 평가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 통화 완화 흐름이 단기간에 끝날 현상이 아니고,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인다면 한은도 추가 완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2분기 중 한차례 추가 인하를 점쳤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기존 연내 1차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2분기 중 연 1.50%까지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상징적으로 사상 최초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이미 열었다는 점에서 2분기까지 경기개선 강도가 미약할 경우 추가 정책대응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글로벌 IB(투자은행)도 추가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인하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전망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3.5%,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1.9%에 상당한 하방 압력이 있다고 본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이 작년 3.3%에서 2.5%로 낮아지고 CPI 상승률은 1.3%에서 0.8%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때문에 올해 7월 1.50%로 25bp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