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벼랑 끝 개성공단 입주기업
“이러다가 북한의 어깃장을 결국 들어주게 될 겁니다.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임금인상 요구를 마냥 거부하면서 버틸 수 없습니다. 북측에서 근로자들의 출근을 끊어버리면 생산 차질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요즘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측이 최근 입주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는 조치들을 일방적으로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가장 큰 경쟁력인 5만여 북한 근로자들의 월 최저임금을 이달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북은 지난해 12월 관련 노동규정 중 일부 조항을 일방적으로 개정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의 이런 움직임엔 우리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면서 공단 운영의 주도권까지 잡으려는 속내가 숨어 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일방적인 임금인상 조치를 수용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제재하겠다는 ‘맞불’ 방침을 정했다.

남북 사이에서 눈치만 보던 입주기업들의 불안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입주기업들로 구성된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 11일 호소문을 내고 “북측의 일방적인 노동규정 개정 및 시행과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공단의 파행 운영이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은 조속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밝혔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북한이 근로자 공급과 인사를 쥐고 있는 한 기업들의 운신의 폭은 좁다”며 “계속 끌려다니다 보면 개성공단의 경쟁력마저 잃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3년 8월 개성공단 재가동 당시 서명한 남북 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개성공단 내에 적용되는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고 규정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임금인상 통보는 남북 합의에 위배된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현실은 국제화는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혹시 손해를 입을까봐 북한의 잘못된 조치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조차 할 수 없는 게 기업의 현실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2004년 12월부터 10년 넘게 피를 말리는 불확실성 및 불안과 싸우고 있다”는 한 기업인의 하소연을 지나쳐선 안 된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