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통식 따로 개통 따로 호남KTX
“호남고속철도 개통식 준비 잘되고 있죠?”

“저희가 주관하는 행사가 아닙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압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가 최근 주고받은 대화다. 이달 말 개통식을 앞두고 있는 호남고속철도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준비상황을 점검 중인 가운데 왜 이렇게 어색한 장면이 연출된 것일까. 이유는 국내 철도사업은 건설과 운영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철도청의 공기업화가 추진되면서 철도청 산하 건설본부와 당시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맡고 있던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 합쳐져 2004년 시설공단이 출범했고, 이듬해 철도 운영과 영업을 맡은 코레일이 창립됐다. 두 기관의 관계를 단순화하면 시설공단은 철도를 건설해 빌려주는 ‘임대인’이고, 코레일은 사용료를 지급하는 ‘임차인’이다. 일부 시설과 운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곳이 있는 데다 두 기관이 시설 관리와 임대료 지급 등을 놓고 서로를 ‘견제’하면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탓에 호남고속철도 개통식이 열리는 오는 31일에는 개통식 행사만 하고 열차는 운행하지 않는다. 실제 운행은 내달 2일부터다. 통상 개통식은 대통령 일정을 감안해 정한다고 하더라도 개통식과 개통일이 이틀이나 차이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개통식 행사 때 코레일은 주최 측이 아닌 ‘손님’ 자격으로 참석한다.

두 기관의 불협화음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월 시설공단이 국토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에 코레일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오송역 내에 충북대 홍보관 설치를 놓고 험한 소리도 오갔다. 시설공단이 오송역 1층에 홍보관 사용 허가를 내줬는데, 역사 운영을 맡고 있는 코레일이 급수·전기설비 사용 문제로 제동을 걸자 ‘업무방해로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철도청을 시설공단과 코레일로 나눈 것은 경영 효율을 높이고 보다 나은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취지였다. 이런 불필요한 조직 간 갈등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하나로 통합하는 게 맞지 않을까.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