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차 F015. 사진 출처=동영상 캡쳐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차 F015. 사진 출처=동영상 캡쳐
[ 김근희 기자 ]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운전을 하는 '자율주행차'. 공상과학영화에만 나올 것 같은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일은 먼 미래가 아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본격 등장 이전에 꼭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차의 위치를 알아내는 일이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한 기반 기술 세미나'의 강연자로 나선 서재규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 연구교수는 '측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센서 기반의 정밀측위시스템 개발과 자율주행 기술'을 주제로 강연했다.

측위란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산출하는 기술이다. 차가 어느 장소에 있는지를 알아야 어떻게 달릴지를 정할 수 있다. 차가 달리고 있는 장소에 신호등이 몇 개인지, 신호가 빨간불인지 초록불인지, 옆 차량들은 어떻게 달리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차량의 위치와 차량이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차량 위치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 단 1~2m의 차이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자동차 업체 중 자율주행차 개발을 이끌고 있는 다임러그룹이 공개한 '베르타 프로젝트'(자율주행차 프로젝트) 결과 측위 기술이 연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차 F015 내부.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차 F015 내부.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서 교수는 "차량 간 통신을 통해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는 이론에는 각 차량의 위치가 정확하게 측정되고 있다는 가정이 숨어있다"며 "위치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을 경우 옆 차선의 차가 급제동을 했을 때 차가 자신의 위치를 착각해 스스로 멈출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GPS 기술을 이용해 위치를 측정하는 전자항법 기술은 이런 오차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면서 "특히 빌딩 숲이나 고가도로를 지나갈 경우 오차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실제 삼성역 사거리 테헤란로에서 주행한 차의 위치를 전자항법 기술을 이용해 측정한 결과 오차가 약 15m 정도 났다고 밝혔다. 성수역 2호선 전철 고가도로에서 이뤄진 실험에서는 30m의 오차가 발생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구글과 다임러그룹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서융합 기반 정밀 측위시스템을 활용했다. 센서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각종 정보가 미리 입력된 지도의 데이터를 맞춰 차량의 위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구글은 센서로 3D 라이더(LiDAR·레이저 반사광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시스템)를, 다임러그룹은 스테레오 카메라를 사용했다. 구글과 다임러그룹은 차선 정보, 신호등 정보, 노면 표시 등 다양한 정보를 일일이 조사해 지도로 만들었다.

서 교수는 "센서융합 기반 정밀 측위시스템에서 볼 수 있듯이 각종 정보가 담긴 통합주행환경 지도가 자율주행의 핵심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특성을 가진 길에 있는지 알아야 알맞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터리에 있을 때 어떤 차가 양보를 해야 하는지 등은 그 길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지도에 담겨져야만 가능하다.

서 교수는 "통합 지도가 있으면 자율주행차가 지도에 따라 단순히 움직이는 정도로 단순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현재 현대엠엔소프트, 위드로봇, 세스트와 함께 저가형 측위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그는 "양산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연구 중"이라며 "연구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가 상당히 고무적이다. 빌딩이 많은 곳에서 200km를 주행한 결과 평균 오차가 1m였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