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상호금융은 위기 순간에도 성장을 늦추지 않았다. 외환위기(1997년)나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저축은행 사태(2011년)도 성장세를 꺾지 못했다. 부실 은행이 대거 퇴출됐던 외환위기 때는 농촌을 기반으로 한 소매금융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오히려 100% 토종 금융기관으로 부각되면서 시중자금이 몰려 성장 계기를 마련했다.

금융권에선 농협상호금융의 성장 비결에 궁금증을 감추지 않고 있다. 농업인을 위한 금융기관이면서 비영리 협동조합 성격을 지닌 특수한 금융기관임에도 최대 예수금과 최다 점포 수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농·축협을 기반으로 한 압도적인 점포 수 △이자소득세 14%를 면제해주는 비과세 혜택 △5000만원 예금자 보호 장치 등을 농협상호금융의 숨은 경쟁력으로 꼽는다.
그래픽= 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그래픽= 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압도적인 영업망 구축

농협상호금융의 최대 강점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영업망에 있다. 도시민은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농업인은 지리적인 편리함을 경쟁력 1순위로 꼽는다. 금융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도서·산간 지역일수록 농협상호금융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전국 1151개 농·축협이 운영하는 상호금융 점포 수는 지난달 말 기준 4578곳에 이른다. 지역별로 경기도에 가장 많은 809곳의 점포가 있고, 경북(558곳) 경남(539곳) 충남(450곳) 전남(438곳) 전북(306곳) 강원(275곳) 충북(231곳) 제주(112곳) 등의 순이다.

서울에도 231곳의 점포가 영업 중이며 인천(122곳) 대전(110곳) 대구(108곳) 광주(107곳) 부산(95곳) 등 대도시에도 적지 않은 영업망
이 깔려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촌 주민에게 지역농·축협의 상호금융은 가까이 있어 편리함을 제공하는 존재”라며 “지역 농·축협과 조합원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14% 이자소득세 면제

이자소득세 비과세 예·적금 상품은 상호금융권이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다. 일반 시중은행의 예금상품에 가입하는 경우엔 발생 이자소득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자소득세 14%, 농어촌특별세 1.4%다. 하지만 농협상호금융의 비과세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면 농어촌특별세 1.4%만 내면 된다. 이자소득세 14%가 감면되는 것이다.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은 농업인(조합원)뿐만 아니라 도시민도 누릴 수 있다. 지역 농·축협을 방문해 준조합원에 가입하면 된다. 가입비는 지역 농·축협마다 다르지만 1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다.

저금리 시대에 이자소득세 면제는 적지 않은 혜택이다. 정부는 조세특례법에서 상호금융사에 한해 20세 이상이면 1인당 3000만원까지, 4인 가족은 1억2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비과세 혜택뿐 아니라 농협 특색을 살린 다양한 예금 및 대출 상품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도농사랑가족통장’은 부모와 자녀, 도시와 농촌을 연계해 가족 구성원 간 금융거래 시 수수료 및 금리를 우대해준다. 또 국내산 농산물 이용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20년 전 출시된 ‘복리식정기예탁금’은 정기예금 이자를 매월 지급하지 않고 월복리로 계산해 만기 시에 지급하는 고금리 상품으로 판매액이 100조원에 달한다.

예금자 보호 이중장치

농협상호금융의 안전성은 숨겨진 경쟁력이다. 지역 농·축협 예금에 대해선 ‘상호금융 예금자보호기금’과 ‘상환준비예치금’이란 이중 안전장치가 가동된다.

우선 ‘농업협동조합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호금융 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해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해준다. 예금자보호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6000억원이 적립돼 있다.

지역 농·축협은 예금 지급 요구에 대비해 예수금의 10%를 농협중앙회 특별회계에 예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축협 상호금융 사업에선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셈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상호금융의 예치율은 시중은행보다 높아 예금자를 위한 보호 장치가 더 튼튼하다고 볼 수 있다”며 “외환위기 등 위기 직후 예수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