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봉도 딜레마' 모범답안은?
통영에 봉도라는 섬이 있다. 면 소재지 욕지도에 딸린 12만㎡의 무인도다. 이 섬을 개발하는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를 넘겨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쑥의 자생에 주목한 통영시는 인근 장사도처럼 관광상품으로 개발계획을 세웠다. 한풀 꺾인 열기지만, 힐링이 주제어다. 그러나 개발엔 필요한 게 많다. 선착장에다 수도 전기 도로…. 일단 177억원의 예산이 잡혔다. 나랏돈 62억원, 민간자본 115억원의 공동개발이다.

개발·특혜논란 사이에 선 自治

문제는 봉도가 100% 개인 소유지라는 점이다. 민간 투자는 자기 땅 가치 올리기라 하겠지만, 공적 투자를 보는 주민들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도로 선착장은 물론 국유나 시의 시설이 된다. 섬 입장료도 5% 정도는 시 수입이 될 예정이다. 섬 소유주가 누릴 개발이익은 얼마나 될까. 계산도 어렵다. 국비, 도비, 군비가 고루 들어가는 개발에 따른 특혜 논란은 봉도만의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공투자가 없으면 섬 주인이 개발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점도 사실이다. 천혜의 자원인 섬을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통영시 의지는 이해하면서도 행정자치부가 선뜻 동의 못하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기장군이 117억원짜리 멋진 정관보건지소를 새로 짓겠다는 것도 중앙과 지방의 또 다른 시소게임이다. 부산 관내이면서 광역시 예산보조도 없이 5층짜리 복합보건센터라니 행자부로선 다른 지자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4층엔 정신건강증진센터가, 5층엔 힐링센터가 들어가는 멋진 주민복지센터다. 근래 지자체 간 지역복리복지 경쟁에도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은 모두 잘 아는 그대로다. 한 곳에서 무리해서 공약사업이라도 수행하면 다른 데서 바로 본받는다. 원전시설 유치로 그 정도 주민지원금은 충분히 나온다는 기장의 특수사정은 어느 시·군도 안 본다. 단지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복지경쟁 시대다.

개발이익 용인·배분모델 시급

봉도 개발이나 보건지소 신설이나 쉽지 않은 고민거리다. 찬반 어느 쪽이든 명분과 실리가 충돌한다는 점에선 같은 난제다. 어느 쪽을 택해도 논란과 비판의 여지가 있다. 물론 기장 보건지소의 해법이 쉽다. 힐링센터 규모를 확 줄인다든지, 착공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대안이다. 그런 절충안으로 지자체 판단도 존중하며 마구 따라하기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반면 봉도 건은 훨씬 까다롭다. 그만큼 흥미로운 사안이기도 하다. 출발점은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없고,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투명하게 추진한다는 전제다. 통영에서 딱히 어떠하다는 건 아니지만 수백년 지방 규제행정의 이면을 보면 쉽지 않은 조건이다. 어두운 유착관계가 많이 근절됐다지만 지방규제의 뒤엔 검은 유착이 있곤 했다. 투명성 확보가 경제적 타당성 계산 못지않게 중요한 공적 자금 투입의 조건인 이유다.

본질적 문제는 공공의 인프라 투자에 따른 개발이익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나 제대로 된 집행 모델이 아직도 없다는 사실이다. 민관 공동투자는 점점 늘어날 텐데 개발이익의 용인과 배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절실하다. 한국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섬 개발, 산 개발로 ‘봉도 고민’은 이어질 것이다. 어디서나 제3자 개입 배제는 원칙 중의 원칙이다. 외부 간섭꾼들이 판관을 자처하는 순간 합리적인 결론은 어렵다. 봉도나 보건지소 같은 프로젝트들을 무난히 수행해낼 때 지방자치는 한 단계 올라간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