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수장들이 잇따라 바뀌는 가운데 증권, 보험, 카드 등 2금융권에서도 올해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일부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는 서강대 인맥이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지난해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금회(서강금융인회)' 논란이 재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증권·보험·카드 CEO, 대거 바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 현대증권 윤경은 사장, 하나대투증권 장승철 사장, 미래에셋증권 변재상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5명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이어 키움증권 권용원 사장이 5월, 미래에셋증권 조웅기 사장이 6월에 임기가 만료돼 3월 주총 이전에 연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변 사장이 관리 조직을, 조 사장이 영업 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유상호 사장은 2007년부터 한투증권을 이끌며 7연임에 성공해 금융투자업계 최장수 CEO로 꼽힌다.

증권업 불황 상황에서도 한투증권을 해마다 순이익 1위에 올려놓은 공로로 올해도 무난히 연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경은 사장은 일본계 금융그룹인 오릭스가 현대증권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현대증권의 몸값을 올린 공로를 인정받고 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간의 극심한 갈등이 표출돼, 새 주인이 변화를 선택할지 아니면 당분간 기존 경영진 체제를 유지할지 미지수다.

작년 3월 취임한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재임 기간이 짧은 데다 지난해 순익이 호조를 보여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업계는 내달 하만덕·이상걸 미래에셋생명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조재홍 KDB생명 사장의 임기가 끝난다.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차남규 한화생명[88350] 사장, 구한서 동양생명[82640] 사장,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의 임기는 오는 6월까지다.

푸르덴셜생명도 올해 안에 새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손병옥 현 대표는 새 사장이 선임되는대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회장 겸 이사회 의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카드업계는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 서준희 비씨카드 사장,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의 임기가 내달 주주총회를 끝으로 만료된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올해 8월이 되면 2년 임기를 마치게 되며, 유력한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극심한 증권업계의 불황과 보험·카드업계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CEO 교체 여부에 쏠리는 관심도 어느 때보다 크다"며 "경영 실적과 노사관계, 지배구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연임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금회' 논란, 올해도 재연 조짐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내달 3년간의 임기를 끝마친다.

그간 금융연구원장은 연임한 사례가 없으며, 윤 원장도 임기가 끝나면 학계로 돌아갈 뜻을 밝혔다.

차기 금융연구원장에는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를 비롯한 서강대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장에 서강대 출신이 발탁된다면 홍기택 산업은행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으로 이어진 서강대 출신에 대한 특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민간기관으로서 이사회 의장인 은행연합회장이 후보 추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간 정부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 현 정권 들어 금융연구원 출신들의 부상이 두드러져, '연피아(연구원+마피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금융연구원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차기 금융위원장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남주하 교수는 서금회 출신은 아니지만 서강학파의 핵심 인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에서 홍기택 산업은행장 등과 함께 활동했다.

서금회 출신인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이 초대 KB손해보험 사장에 오른다면 이러한 논란은 더욱 가열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한 후 KB금융은 LIG손보 최종 인수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KB금융은 초대 KB손해보험의 대표로 김 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5월에는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3년 임기가 끝난다.

금융위 사무처장 출신인 김 사장의 후임에는 이번에도 금융위 고위공무원 가운데 한 명이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져 '관피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올해 금융권 CEO가 대거 바뀌는 만큼 서금회나 관피아 논란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며 "다만 능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인사에 대해 특정 대학 출신이나 관료 출신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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