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이 16일(현지시간) 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을 타결하지 못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리스의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과 그리스 새 정부의 개혁 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공통점을 찾지 못했다며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하면 20일에 회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EU 집행위원도 기자회견에서 그리스가 현행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그리스 관리들은 이날 "유로그룹은 구제금융의 연장을 주장하는 비합리적이고 수용할 수 없는 보고서를 놓고 협의 중이며 이런 상황에서 오늘은 타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로그룹은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실무팀이 각각 작성한 보고서 2건을 놓고 사안별로 수용 여부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지난 13~14일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그리스 새 정부의 계획 간 공통점을 찾기 위한 기술적 평가를 마치고 각각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스는 오는 28일 끝나는 유럽연합(EU) 측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고 새로운 협상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리스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협력해 새로운 4개년 개혁 계획을 수립해 채무 재조정과 함께 8월 말까지 채권단과 타결한다는 계획으로 3~8월은 가교 프로그램으로 유동성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는 현행 구제금융을 연장해 기존 긴축정책 약속을 이행하라는 입장이다.

양측 실무팀은 기존의 이견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져 이날 회의 전부터 부결되고 다시 회의가 소집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이날 독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실무팀 간 기술적 협의 내용을 접했다며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협상 타결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컨설팅업체인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울프 피콜리 분석가는 회의에 앞서 부결을 전망하면서 그리스는 곧 추가 회의를 요구할 계획이며 이 문제를 정상급에서 결정하기 위해 EU 정상회의 긴급회의가 소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전날 현지 일간 카티메리니와 인터뷰에서 막판에 합의안이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16일에 결론이 나오지 않더라도 양측 실무팀이 20일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부결 전망에 따라 아테네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3.83% 하락했고, 그리스 국채 3년물 수익률은 17.08%로 지난 주말보다 1.7%포인트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