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성진 사장이 공개한 독일 전자제품 양판점 내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의혹 당시 동영상 화면.
LG전자 조성진 사장이 공개한 독일 전자제품 양판점 내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의혹 당시 동영상 화면.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는 16일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 사장이 이른바 세탁기 고의 파손 현장 CCTV를 분석한 동영상을 전격 공개한데 대해 "명백히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사건으로 검찰 기소를 당한 조 사장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CCTV 분석 영상을 'LG전자 조성진입니다'라는 자신 명의의 입장 자료와 함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게시했다. 본인 명예 및 소속사인 LG전자 명예를 위해 CCTV를 공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삼성전자도 반박 입장 자료를 배포했다. 요약하면 LG전자가 증거 영상을 자의적으로 편집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삼성전자는 "CCTV 동영상을 보면 조 사장이 세탁기 문을 연 채, 두 손으로 체중을 실어서 위에서 아래로 힘껏 3번 누르는 장면이 정확하게 나타난다"며 "건장한 성인남성이 무릎을 굽혀가며 도어를 3차례나 힘껏 누르는 행위는 일상적 테스트로 보기보다는 분명한 목적을 담고 있는 파손행위"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LG전자가 공개한 동영상은 조 사장을 클로즈업해 삼성전자 직원을 화면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거나 다른 제품을 살펴보는 장면을 부각하는 등 자의적 편집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조 사장이 세탁기를 누르는 당시 삼성 측 프로모터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게 그 이유였다.
고의 파손 논란에 휩싸인 삼성전자 '클리스탈 블루' 세탁기.
고의 파손 논란에 휩싸인 삼성전자 '클리스탈 블루' 세탁기.
또 LG전자가 정상 제품 영상을 파손된 제품이라고 주장하며 비교 영상을 제시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파손된 제품과 정상 제품의 힌지 움직임을 비교하면서 조 사장이 만진 제품의 힌지가 망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동영상에서 증거로 제시된 동영상은 독일에서 파손된 세탁기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모 방송사가 국내 백화점에서 촬영한 정상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확보한 증거 영상을 공개해 맞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검찰이 혐의를 인정해 기소를 한만큼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오늘 LG전자가 공개한 조 사장의 동영상은 자의적으로 편집된 것이어서 저희가 확보하고 있는 전체 동영상을 공개하고 언론이 직접 판단하시도록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했지만 고심 끝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미 검찰이 편집본이 아닌 전체 동영상을 충분히 검토한 후 고의로 파손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 결정을 내렸는데, LG전자가 동영상을 올렸다고 해서 저희도 전체 동영상을 공개해 맞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된 상황에서 공방을 벌이는 것은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원에 의해 진실이 가려지기를 기다리기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사장은 이날 오전 현장 영상을 조목조목 분석한 참고 동영상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유튜브에 개제했다. 검찰에 증거로 제출된 이 영상에 조 사장의 결백을 주장하는 분석 영상을 덧입혔다. 기업 이미지 악화 등을 고려해 법정 공방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던 LG전자가 검찰 기소가 확정된지 사흘만에 반격에 나섰다.

■ 'LG전자 조성진입니다' 공개 동영상

이 영상은 지난해 9월 3일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14가 열렸던 독일 베를린 내 유로파센터(Europacenter) 및 슈티글리츠(Steglitz) 전자제품 판매장 내부를 촬영한 화면 중심이다. 삼성전자가 조 사장를 포함한 LG전자 임직원이 당시 현장에 진열된 자사 세탁기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고 검찰에 고발한 핵심 혐의의 증거다.

삼성전자는 이 영상을 근거로 조 사장을 핵심 파손 가담자로 특정,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조 사장 피의 사실이 인정된다며 지난 13일 불구속 기소했다. 민·형사상 책임을 따지는 정식 재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 사장은 "불필요한 논란이 생긴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세탁기 '힌지(드럼세탁기 도어 이음새)' 안정성을 일상적으로 테스트하는 해외 영상으로 조 사장의 행동이 일반적인 제품 테스트인 점을 강조했다. 이어 파손 증거품인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힌지 결합 부분이 과도하게 파손된데 대해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파손 행위를 부각하는 실험을 여러차례 반복하다가 증거품 손상이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독일 가전제품 판매점에는 저와 함께 출장을 갔던 일행들은 물론 수많은 일반인들도 함께 있었고 바로 옆에서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며 "저와 제 일행들이 세탁기를 살펴본 이후 1시간 넘게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삼성전자 직원들은 아무런 제지나 항의를 하지 않았고, 그 모든 장면은 가전제품 판매점의 CCTV에 찍혀서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조 사장은 "독일 검찰은 이미 불기소 처분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경쟁회사의 제품을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고 하소연했다. 사건 현장인 독일과는 달리 정작 한국 검찰이 기소까지 한 데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늬앙스였다.

마지막으로 "저에 대한 혐의 유무는 재판을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저는 지난 40년간 세탁기 개발에 힘써 온 제 개인의 명예는 물론 제가 속해있는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 현장 CCTV를 분석한 동영상을 공개한다"며 "기업의 신용은 한번 타격을 입으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