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갈등에 소송·매장 철수까지 했었는데…롯데면세점 - 루이비통, 어제의 적(敵)끼리 '어색한 동거'

인천공항 매장
수수료율 등 재협상 남아
다시 돌아설 여지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점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롯데면세점과 루이비통이 ‘어색한 동거’를 하게 됐다.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입점을 저지하려 했던 롯데면세점이 루이비통 매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1일 결과가 발표된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서 루이비통 매장이 있는 5구역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구역은 현재 신라면세점이 운영하고 있지만 오는 9월부터는 롯데면세점으로 주인이 바뀐다.

흥미로운 사실은 루이비통이 2010년 인천공항에 들어올 때 롯데면세점이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것이다. 당시 신라면세점은 롯데면세점을 제치고 인천공항에 루이비통을 유치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이 방한했을 때 이부진 사장(당시 전무)이 인천공항까지 마중을 나갔을 만큼 신라면세점은 루이비통 유치에 공을 들였다.

루이비통 유치에 실패한 롯데면세점은 이듬해 2월 인천공항을 상대로 신라면세점이 루이비통과 입점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롯데면세점은 두 달 후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지만 양측의 앙금은 가라앉지 않았다. 루이비통은 이후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에서 철수했다. 루이비통 측은 매출 부진이 이유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인천공항 입점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관련한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어 제의 적’에서 ‘오늘의 동지’로 만난 두 회사가 다시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계약기간은 2021년까지지만 해당 구역의 사업자가 바뀐 만큼 수수료율 등을 새로 협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이 맞지 않으면 루이비통이 매장을 다른 구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