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개인회생 악용…지난해 빚 2조 탕감
빚이 많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법원의 개인회생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개인정보 브로커와 변호사, 법무사 등과 짜고 부채는 부풀리고 수입은 축소하는 방법으로 탕감받는 금액을 늘리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일부 금융회사가 개인회생을 통해 빚을 탕감받은 사람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수입이나 재산을 축소하거나 부채를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을 줄이기 위해선 편의점이나 주유소 등에 위장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산을 줄이기 위해 아내와 위장 이혼한 뒤 재산을 아내 명의로 넘기는 경우도 발견됐다.

신용대출을 더 받아 사용하는 방법으로 부채 규모를 부풀린 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법원이 개인회생을 인가할 때 월 수입이나 재산, 부채 규모에 따라 상환해야 할 돈과 탕감받는 돈의 규모를 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작년 전국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는 11만707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 2013년 말 0.63%에서 지난해 말 0.49%로 떨어졌는데도 ‘빚을 못 갚겠다’며 법원에 구제를 신청한 사람은 더 늘었다. 더욱이 정부가 2013년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1년간 25만명의 빚 9000억원을 탕감해준 뒤라 개인회생 신청자가 늘어난 것은 상당히 의외라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은행 카드사 캐피털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20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회사가 지난해 개인회생으로 깎아준 빚은 1조149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회사의 대출 점유율을 고려하면 지난해 국내 금융사가 깎아준 빚만 2조3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당액은 제도를 악용해 탕감받은 빚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