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IoT 전략 수립 조직을 삼성전자 기획팀 산하에 두고 기술 연구 조직을 DMC 연구소 산하에 신설했다. 신규 조직을 통해 미래 사업 전략을 세우고 유망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국내외 유명 대학들과 IoT 관련 사업의 비전을 세우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모델을 정립하고 과감한 투자를 병행해 IoT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모바일 시대에는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갖지 못했지만 새로 조성되는 IoT 생태계에선 확실하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사물인터넷 초기 생태계를 장악하라"…삼성 'IoT전담 조직' 신설
○IoT 전략·연구조직 신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기획팀(팀장 지영조 부사장)에 세계 IoT 관련 기업들을 조사하고 미래 전략을 연구하는 ‘신사업 그룹’을 별도로 발족했다. 신사업 그룹은 M&A를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의 ‘전략 태스크포스(TF)’, 삼성전자의 ‘CD(coporate development)그룹’과 협업하며 전 세계 IoT 관련 유망 기업들을 조사하는 업무를 맡는다.

지 부사장은 맥킨지, 액센츄어 등 컨설팅 업계에서 오래 근무하다 2007년부터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게 조직 내외부의 평가다.

삼성은 IoT를 통합 연구하는 조직도 신설했다. 전사 연구조직인 DMC연구소 산하에 차세대 통신, 스마트홈, IoT 플랫폼 등을 연구하는 ‘IoT 솔루션팀’을 만들고 전경훈 부사장을 수장으로 앉혔다. 전 부사장은 미국 미시간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기술통’이다.

삼성전자가 IoT 관련 조직을 잇달아 신설한 건 이른 시일 내에 좋은 기업과 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경쟁사인 구글은 지난해부터 네스트랩(32억달러), 드롭캠(5억5500만달러), 리볼브 등 IoT 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모바일 시대 주도권을 잃은 실수를 IoT 시대에도 반복할 수 있다는 삼성 수뇌부의 우려를 담은 조치이기도 하다.

○“목표 분명히 세우고 과감히 투자”

지 부사장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및 국내외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삼성전자의 IoT 비전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경영학)는 “과거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한참 동안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다가 구글이 ‘검색광고’를 시작하면서 승자가 됐다”며 “많은 기업이 ‘IoT 생태계’를 강조하지만 정작 뭘 먹고 살아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업계에선 IoT 시대엔 센서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센서는 특별한 고급 기술이 필요 없고 가격도 싸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명한 수익모델을 찾고 과감한 M&A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현금도 60조원 이상 쌓아놓은 만큼 실탄도 충분하다. 그룹 수뇌부도 “좋은 기업에는 과감히 투자하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최근 투자한 의료용 센서업체 얼리센스에도 당초 500만달러 정도만 쓸 예정이었지만,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가 “좋은 기업이라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라”고 지시해 막판에 2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IoT 기업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삼성은 구글, 페이스북 등과 치열한 인수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윤선/정지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