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0세 정년 의무화 '후폭풍'

기업 인건비 부담 매년 6%씩 늘어
임금피크제 법제화 안되면 '일자리 증발'
['6년 고용절벽' 온다] 아버지 정년 늘어나지만…大卒 아들딸 '청년백수' 한숨 커진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2019년까지 매년 평균 6%씩 늘어날 전망이다. 제도 변경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면 대부분 기업은 채용을 줄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산업계에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불똥은 대졸 취업 희망자들에게 튈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대기업에 취업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처럼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온다.

◆평균 은퇴 53세서 수직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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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정년 연장으로 인력 운용의 폭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대우 한화건설 인재개발(HR) 상무는 “정년 연장은 젊은 층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0곳 중 7곳은 ‘정년이 연장되면 신규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기업이 신규채용 규모를 정할 때 고려하는 사항으로 48%가 ‘적정 인원 편성(TO)’이라고 답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26.0%)과 인건비 총액(20.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자리가 있어야 사람을 뽑는다는 얘기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일 게 불 보듯 뻔하다.

◆제도 보완 없으면 인건비 급증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신규 채용이 없어도 2017년 6%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2019년에도 비슷한 정도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예컨대 직원 3000명, 연간 인건비를 1200억원 쓰는 정년 57세의 제조업체라면 2017년 1290억원, 2018년 1380억원, 2019년 1470억원으로 인건비가 급증한다.

김판중 경총 경제조사부 본부장은 “이 같은 인건비 부담은 고용을 대폭 줄이거나 장기 근속자를 내보내는 구조조정이 없으면 계속 유지된다”며 “적절한 보완책 없이는 신규 채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업 인건비 부담 축소와 고용 여력 확대를 위해 유효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임금피크제다. 하지만 2013년 4월 국회를 통과한 정년연장법이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강제하지 않은 탓에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수년째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100인 이상 기업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2012년 9.6%, 2013년 8.3%, 2014년 9.9%다.

◆“임금피크제 법제화 시급”

노동 전문가들은 고용절벽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임금피크제를 법제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경련 조사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임금피크제 의무화 법안 입법(28.2%) △임금피크제 도입 시 재정 지원 강화(27.6%) △노조 및 근로자의 협조(25.4%) △임금피크제 도입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보지 않을 것(17.1%) 등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피크제를 법제화하거나 회사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근로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근로계약이 해지되는 ‘변경해지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년 연장이 노사 한쪽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령화에 대비해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을 분담하려는 것인 만큼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근로자가 받는 임금 총액은 정년 연장 이전과 같아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에 맞다”고 강조했다.

강현우/공태윤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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