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정부가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해 일부 항목을 소급 적용하기로 하고 올 상반기 다시 세법 개정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당정은 자녀 및 노후연금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폐지했던 출산공제도 부활키로 했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촌극이다. 1년여 전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세법 개정안을 무려 245 대 6으로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게 바로 새누리당이었다. 소폭의 증세 대신 정부가 내놓은 5500만원 이상 근로소득자들의 세액공제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당이 정부에 속았고 사태의 책임도 물론 정부에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번 논란은 정부의 정책설계 잘못 탓이므로 올해부터 잘못된 것을 시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파렴치한 일이다. 청와대에선 세액공제 전환으로 생기는 일시적 착시현상이라고 설명하지만 국회에선 계산도 안 해보고 막무가내다.

더구나 소급 적용 카드를 쉽게 꺼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법치주의는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이 근간이 되는 시스템이다. 법률을 소급 적용한다는 것은 예측 가능성을 깨뜨리는 최악의 방편이다. 소급 적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법을 경시하고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된다는 것은 뻔하다. 납세자에게 유리하면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긴 하지만 잘못된 관행만 심어주게 된다. 또 세법개정 과정에서 세법은 누더기로 변해갈 것이 뻔하다.

당장 법을 고치자는 국회에 정부가 선뜻 동의한 것도 우스운 일이다. 정부는 세법개정을 논하기에 앞서 세법개정의 불가피성을 국회와 국민에게 적극 홍보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장 감면제도를 고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세법은 언제나 논란이 많은 것이고 더구나 복지국가를 선언한 마당에 세금 없이 무엇으로 정부를 꾸려간다는 말인가. 이미 세법은 만신창이다. 증세든 감세든 정공법으로 해야 한다. 잔꾀를 부려서는 언제나 문제가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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