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중국의 부패척결과 경제성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패척결에 시동을 건 것은 소위 ‘8항 규정’을 발표한 2012년 12월4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였다. 그해 11월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 처음으로 주재한 회의다.

‘8항 규정’의 내용은 꽤 신선했다. 당연시되던 고위 지도자에 대한 우대책을 대부분 없애 버렸다. 지도자 방문 시 대중 동원과 교통 통제 등을 금지하고, 불필요한 해외출장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다음해 초 열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회의에서 시 주석은 “‘호랑이(고위 간부)’든 ‘파리(하위 공직자)’든 모두 때려잡겠다”고 공언했다.

장관급 68명 낙마시킨 시진핑

그러나 그의 ‘반(反)부패’ 행보에 대해 신정부 출범 후 의례적인 ‘보여주기식 개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전임자였던 장쩌민이나 후진타오의 초기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런 시각은 거의 사라졌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신중국 개국 후 65년간 부패로 낙마한 장관급 이상 인사는 모두 205명이었다. 이 중 33%인 68명이 최근 2년 동안 나왔다. 처벌받은 인사들의 면면도 놀랍다. 과거 63년 동안 핵심 권력자로 꼽히는 당중앙위원 이상 인물 중 부패로 처벌받은 사람은 단 네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저우융캉 상무위원 등 5명이 감옥에 갔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의 부패척결 움직임이 이렇게 오래, 그리고 강하게 계속될 줄 몰랐다”는 모옌(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물론 중국의 부패척결 움직임을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있다. 낙마한 고위 관료들이 대부분 시 주석의 반대파 인물들이고 시 주석 측근으로 꼽히는 저장성 푸젠성 출신 관료들은 단 한 명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의 숙청 형태가 마오쩌둥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영언론을 통해 죄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망신을 주는 게 정략적이라는 것이다.

올해 부패척결 타깃은 국유기업

그러나 부패척결의 동인이 ‘권력투쟁’인지 아닌지는 이제 관심의 대상이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2년간의 부패척결을 통해 중국 공직사회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노골적인 뇌물과 접대가 사라지고 형식과 사치를 배격하는 관행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1인당 80위안(약 1만4000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았다가 처벌을 받았다”는 얘기는 더 이상 중국에서 뉴스가 아니다.

부패척결은 분명 중국에 좋은 일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소비 감소와 투자 위축을 야기해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0.6~1.5%포인트 떨어뜨렸다는 분석(뱅크오브아메리카)도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무디스는 중국의 부패척결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데 4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2017년 이후에는 부패척결이 중국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부패척결 타깃을 국유기업에 맞추고 있다고 한다. 국유기업에서 부패가 줄어든다면 중국 경제는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그들과 경쟁하는 우리가 시 주석의 반부패 행보를 마냥 흥미 위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김태완 국제부 차장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