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미정 씨(35)는 최근 프랑스 화장품 편집매장 파르마시몽주의 한국어판 온라인몰(www.pharmacie-monge.com)에 접속했다가 낭패를 봤다. 평소 자주 구매한 화장품 브랜드 달팡의 제품들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darphin’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달팡 등 7개 브랜드는 업체 측의 요청에 따라 한국어판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떴다.

김씨는 “예전에는 배송료 26.4유로(약 3만3100원)만 내면 한국어 안내에 따라 편리하게 직배송을 받았다”며 “이제는 프랑스어 안내에 따라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고 배송료도 이중으로 내게끔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 제품 직구하지마!" 한국 직배송 차단한 해외브랜드의 '꼼수'
에스티로더그룹과 피에르파브르그룹 등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들이 한국의 ‘직구족’에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일부 브랜드가 ‘직구 단골’로 꼽혀 매출에 타격을 입자 한국 직배송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20일 파르마시몽주에 따르면 에스티로더그룹의 달팡, 피에르파브르그룹의 갈레니크·클로랑·듀크레이·르네휘테르·아벤느·아더마 등 7개 브랜드는 파르마시몽주의 프랑스 온라인몰에서 한국 직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에는 ‘몽주약국’으로 알려진 파르마시몽주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의 화장품 편집매장 세포라와 함께 프랑스 여행 때 꼭 들러야 할 쇼핑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파르마시몽주가 온라인몰을 프랑스·이탈리아·한국어판 등 세 종류로 운영해온 것도 한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달팡 등은 현재 이 온라인몰의 프랑스·이탈리아어판에서만 팔리며, 구매 절차가 상당히 복잡해졌다. 한국 직구족은 전과 달리 파르마시몽주와 배송 대행업체 양쪽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하며, 배송료도 이중으로 내야 한다. 배송 기간도 종전 1주일에서 한 달 정도로 길어졌다.

달팡 등이 한국 직배송을 차단한 것은 직구의 영향으로 한국 내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달팡의 국내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2013년 15%대에서 지난해는 8% 안팎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8만원에 팔리는 달팡의 수분크림 ‘하이드라스킨 라이트(50mL)’가 프랑스에서는 절반 정도인 35.99유로(약 4만5000원)여서 직구족의 인기를 끌어 왔다. 또 아벤느의 선크림 ‘뜨레오또 프로텍시옹 크렘 미네랄(50mL·3만4000원)’, 탈모 방지 샴푸로 알려진 르네휘테르의 ‘포티샤 시뮬레이팅 샴푸(200mL·2만6000원)’도 현지 가격은 각각 9.99유로(약 1만2500원), 7.99유로(약 1만원)에 불과하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한국 직구족을 불편하게 할 수 있겠지만 현지와의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직구족의 접근을 계속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