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21세기 불로초
창세기는 인간 수명이 최대 120세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120세 이상 장수한 것으로 공식 확인된 인물은 122세까지 생존한 프랑스의 잔 칼맹 할머니 혼자다. 이 할머니는 1875년에 태어나 1997년 사망해 역사상 최고령으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110세 이상 생존자가 50명에 이르고 있어서 곧 이 기록도 깨질 것이다.

장수와 건강은 인간의 가장 큰 염원이다. 수많은 종교에서 불로장생을 최고의 신앙적 가치로 삼는다. 인류 최고(最古)의 서사시인 길가메시도 영생을 구하러 모험하는 영웅들을 그리고 있다. 인도의 오랜 신화들 역시 대부분 영생과 관계가 깊다. 진시황이 삼신산의 불로초를 찾으려 동남동녀 수천명을 보낸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는 역사적 사실로도 확인되고 있다.

과학과 의학의 역사도 물론 불로장생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특히 동양 의학에선 도교와 결합해 불로불사의 영약인 금단(金丹) 제조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아이러니컬하게 불멸의 영생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신화는 현대과학에서도 이어진다. 노벨도 이런 영생 물질을 만드는 데 현상금까지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다윈의 진화론을 부정했던 레닌 신봉 과학자들은 불멸화위원회를 만들고 인간의 세포를 죽지 않게 하는 온갖 실험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신체는 죽더라도 영혼은 불멸할 것이라며 그 실험까지 반복했다.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인 라이나스 폴링 박사도 1960년 “인간은 스스로 신체조직을 수리하는 기계여서 이론적으로 영생불사해야 함에도 늙어 죽는 이유를 알 길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폴링 박사에 따르면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일찍 죽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1961년 미국 과학자 레너드 헤이플릭이 인간의 체세포가 50번 정도 분열하면 분열을 멈추고 사멸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른바 ‘헤이플릭의 한계’다. 이 이론이 나온 뒤 불로장생의 연구가 뜸하다가 생명공학 발전으로 과학자들이 다시 연구에 불을 뿜고 있다. 이들은 헤이플릭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짜내고 있다. 세포분열을 멈추게 하는 염색체를 찾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IT분야에서 돈을 번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도 장수물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한 재미동포 펀드매니저가 생쥐의 수명과 생체활력을 50%까지 증가시키는 데 100만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는 소식도 있다. 21세기의 불로장생에 대한 도전을 하느님은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