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업무 시작인데…" = 국세청은 22일부터 세종시에서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후문은(사진左) 짐을 운반하느라 어수선했지만 정문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조용한 모습이었다. 정문은 첫마을 쪽으로 연결돼 있어 점심시간 아니고는 다니는 사람이 드물었다.


세종시 업무개시 첫날 국세청 직원들의 하루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주말동안 쏟아진 눈에 도로는 재빠르게 제설작업을 했지만 인도는 쌓여있는 눈을 쓸어내지 않은 탓에 꽁꽁 얼어붙어 국세청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주말에 세종시에 미리 내려와 짐을 풀어놓은 직원들은 서울보다 한산한 출근길에 다소 의아해하면서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서울에서 KTX를 타고 내려오는 직원들은 오송역에서 세종시로 들어가는 BRT(간선버스)가 만원이라 죽을상이었다.

평소 때는 20~30분 정도면 가는 오송역과 국세청사 거리도 출근시간대는 BRT에 사람이 꽉꽉 차 있어 30~40분은 족히 걸렸다. 아예 길거리를 다니지 않는 택시와 쏟아지는 눈발에 9시가 다 되어 출근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늦었다고 뛰어가는 직원들은 없었다.

서울과는 영 다른 모습이었다.


◆…"아직도 이사중?" = 국세청사 1층 로비에는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짐들이 쌓여 있었다. 2주에 걸쳐 이사를 했지만 십수년간 수백명이 쓰던 짐을 먼 곳으로 옮기려다보니 이래저래 시간이 부족해 마치 서울 수송동 청사의 1층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의 수난은 출근길로 끝이 아니었다.
주말에 짐을 풀어놓기는 했지만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모습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복도에는 층층마다 의자와 사무실 집기들이 쌓여있었고 사무실 입구에 박스들이 여러개 쌓여있는 부서도 있었다. 곳곳에서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창틀이며 복도며 청소하는 청소업체 직원들과 짐을 나르는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뒤섞여 부산한 모습이었다.

오전 내내 이제 막 입주한 국세청사의 문제점이나 불편한 점을 고쳐달라고 하는 국세청 직원들의 호출 요청이 쏟아졌다. 문이 이상하다거나 파티션이 잘못돼 있다거나 하는 요청에 청사관리소 직원들은 쏜살같이 달려와 민원을 해결해줬다.

사무실 면적이 적은 것도 불만이었다. 서울 수송동 청사보다 국장실과 직원들의 사용공간이 좁아 집기들을 서울에 두고 오거나 세종시 국세청사 창고에 쌓아놓는 모습들도 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방은 너무 잘 나와 가뜩이나 좁은 사무실에 부대끼며 페인트 냄새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옆문으로 다니세요" = 국세청사 입주 첫날 공무원증이 읽히지 않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직원들이 수두룩했다. 이에 불편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보니 아예 게이트 옆문을 열어두고 다닌다.



공무원증은 '복불복'…엘리베이터도 '복불복'?

낯선 곳에서의 어려움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보안이 강화된 탓에 각 사무실마다 공무원증을 찍어야만 문이 열렸다. 문은 닫으면 자동으로 잠겨 외부인의 출입은 아예 통제된다.

보안강화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너도 나도 불편을 호소했다. 다른 부서를 오가는 것은 물론 자신의 사무실을 들어갈 때도 공무원증이 있어야 해 화장실이나 담배를 피우러 갔다오는 것도 쉽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이에 직원들은 문에다가 소화기나 프린터기 같은 물건들을 끼워놓고 문이 안 닫히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닫지마, 닫지마" = 공무원증 인식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또 다른 문제점은 자신의 사무실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는데 이럴 경우 반드시 출입증이 있어야 한다. 이에 각 사무실에선 소화기나 프린터기 등 갖가지 물건을 동원해 문이 잠기지 않게 애쓰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1층에서조차 출입증이 읽히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공무원증이 있어야 열리는 1층 게이트에서는 아예 공무원증이 없어도 오갈 수 있도록 한쪽 문을 열어놨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전쟁'을 방불케 했다. 서울 수송동에 있던 청사는 엘리베이터가 건물 중앙에 6대, 화물용 2대로 넉넉한 편이었지만 국세청은 중앙 엘리베이터가 4대 뿐이었다. 화물용도 있었지만 이삿짐을 나르느라 거의 사용이 불가능했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작동방식이 서울 수송동 청사와는 달리 각각 독립적으로 운행돼 12층에서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를 누르면 다 올라오는 등 비효율적이었다. 12층에서 1층으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5분 이상 기다려야 돼 직원들은 아침부터 점심시간 때 어떻게 나갈 것인지 골머리를 썩었다.

걱정했던 점심시간, 생각보다 괜찮은데?

국세청 직원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점심시간은 생각보다 무난하게 넘어갔다. 1단계, 2단계 이전 부처들은 주변에 식당이 워낙 없고 구내식당이 맛 없는 탓에 초반 많이 고생했지만 국세청사는 상가들이 밀집된 첫마을 쪽에 위치해 큰 혼란은 없었다.

서울 수송동보다 1.5~2배는 큰 구내식당 규모에 직원들이 몰려도 충분히 수용이 가능할 뿐더러 맛도 좋아 직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오피스텔을 얻어 혼자 살고 있는 국세청 직원들은 오전에 구내식당에 들려 아침을 해결한다고 한다.


◆…"구내식당, 생각보다 괜찮네" = 우려와 달리 구내식당은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국세청사가 첫마을과 가까이 있어 정부세종청사와 달리 주변에 식당이 많아 직원들이 분산돼 점심시간은 무난하게 보낼 수 있었다.



국세청사 주변 식당도 직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첫마을 쪽으로 걷다보면 식당들이 밀집해 있어 갈 곳이 없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특히 국세청사가 있던 서울 수송동은 주변에 회사들이 밀집해 점심 때만 되면 길거리가 북적였을 뿐더러 점심을 먹기 위해 예약을 꼭 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했지만 세종시는 길거리부터 한산했다.

식당들도 손님으로 북적이기보다는 한 두 테이블 있을 정도로 조용해 직원들 대부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국세청사 고층에는 전망도 좋아 점심을 먹은 직원들은 고층 테라스로 가기도 했다. 서울에서의 눈 쌓인 거리는 교통체증과 지옥철(지하철)의 걱정을 안겨주지만 한산한 거리의 눈 내리는 세종시는 운치있는 풍경이었다.




◆…"국세청 세종시대 개막" = 지난 19일 서울 수송동 청사를 떠나온 국세청 현판이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빛을 보는 순간이다. 임환수 국세청장과 김봉래 차장, 지방청장들과 국장들은 현판 제막식을 가지고 국세청의 새로운 50년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정든 서울 떠나 섭섭하긴 한데…"
1966년 개청한 이래로 쭉 서울에서만 있던 국세청이 내려온 것은 49년만이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살았던 국세청 직원들에게 세종시로의 이전은 개인적으로나 49년 국세청 역사로나 큰 사건이다.

이런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도 22일 오후 3시 국세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세종청사 입주식에서 "오랫동안 정든 서울 터전을 떠나게 돼 섭섭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변화가 주는 긴장감과 함께 새로운 청사에 근무한다는 기대감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임 국세청장은 "청사 이전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세금을 고르게 납세는 편하게'라는 세정운영의 핵심 가치를 본격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며 "곧 다가올 새해에는 조직개편과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개통으로 세정사의 큰 획을 그을 변화들이 예정됐다. 세종에서 국세행정의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국세청 표지석, 자리 얼마나 있을까" =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서울 수송동 청사 앞을 꿋꿋히 지키던 국세청 표지석이 긴 시간을 달려 세종시 국세청사 앞에 자리 잡았다. 향후 수십년간 이 자리를 지킬 국세청 표지석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이날에도 꿋꿋히 국세청사 앞을 지켰다.


이어 임 국세청장은 지방청장들과 직원대표들과 함께 입주 시루떡 커팅식을 갖고 서울에서부터 들고온 국세청 현판 제막식을 가졌다. 139km 달려온 국세청 표지석도 임 국세청장과 김봉래 차장이 마지막 흙을 덮어줌으로써 세종 국세청사의 시작을 알렸다.


조세일보 / 이희정 기자 hjlee@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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