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의 현장 CES] "IoT發 빅뱅 이미 시작…異업종간 합종연횡이 기업 운명 좌우"
‘빠른 혁신, 파괴할 것인가 파괴당할 것인가.’ 이런 주제로 지난 6~9일(현지시간)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엔 17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한국경제신문은 편집국·논설위원실·기획조정실 소속 16명의 특별취재단·혁신 태스크포스(TF)를 파견했다. 글로벌 산업 혁신의 현장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취재단은 귀국 직전 라스베이거스의 리오 올 스위트호텔에서 CES 결산 좌담회를 열었다.

▷이학영 편집국장(사회)=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단초를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하영춘 금융부장=무엇보다 융합이 대세라는 걸 절감했다. 이번 CES에 나온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보다 기존 기술을 섞어 소비자에게 얼마나 유용한 가치를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경쟁사나 다른 업종 기업과의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차병석 IT과학부장=세상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이미 현실이 됐다는 걸 확인했다. PC나 스마트폰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IoT가 일상생활과 모든 환경을 바꿔나갈 것이다.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어야 한다. IoT시대 모든 산업과 기업에 정보기술(IT) 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될 것이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20세기 기술문명 시대는 노동의 확장이 골자였다. 누가 빨리 뛰고 하늘을 더 오래 날 수 있느냐를 놓고 경쟁했다. 21세기 IoT시대엔 인간의 감각, 정서, 재미 등 감성의 확장이 중시되고 있다. 단순한 현상은 기계와 기계의 연결이지만 그 내용이 기발하다. 인간 감성의 확장을 가능케 할 수단이란 측면에서 IoT를 바라봐야 한다.

▷이익원 산업부장=이번 CES를 두 단어로 정리하면 연결(connectivity)과 협업(collaboration)이 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한 기업이 모든 걸 해결하긴 힘들어졌다. 사물 간 연결이 엄청난 정보를 양산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빅데이터가 대표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의 CES 특별취재단·혁신TF 소속 간부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리오 올 스위트호텔에서 이학영 편집국장(오른쪽 두 번째)의 사회로 결산 좌담회를 가졌다. 라스베이거스=김영우 영상정보부장 youngwoo@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의 CES 특별취재단·혁신TF 소속 간부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리오 올 스위트호텔에서 이학영 편집국장(오른쪽 두 번째)의 사회로 결산 좌담회를 가졌다. 라스베이거스=김영우 영상정보부장 youngwoo@hankyung.com
▷사회=기업 간 협업이 강조되지만 결국 승자와 패자로 나뉘지 않겠나.

▷차 부장=인터넷 초창기에 통신사와 플랫폼 회사, 콘텐츠 제공업체가 공존하면서 경쟁했다. 결국엔 플랫폼을 가진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헤게모니를 쥐었다. IoT시대에도 협업이 중시되지만 모든 참여자가 승자가 될 순 없을 것이다.

▷문희수 논설위원=관건은 ‘표준’ 확보다. TV나 스마트카 등 각 부문의 표준화를 놓고 기업 간 이합집산이 심화하고 있다. 어떤 동맹을 구축하느냐, 또 어떤 동맹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해졌다.

▷이재창 지식사회부장=표준은 결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얘기다. 도요타가 이번 CES에서 수소연료전지차의 특허 5680건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관련 산업의 표준이 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이란 독자 운영체제(OS)를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조주현 증권부장=IoT 세상에선 독점력을 갖는 기업이 과거보다 더 많이 생길 것으로 본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다.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는 곳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더 커지게 됐다.

▷사회=드론과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거의 없었던 게 아쉬웠는데.

▷김정호 수석논설위원=법과 규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중 삼중 규제 때문에 국내에선 무인항공기나 무인자동차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어렵다. 눈 깜짝할 사이에 뒤처질 수 있다. 국회의원 등도 CES와 같은 혁신의 현장에 와서 보고 느낄 필요가 있다.

▷현승윤 중소기업부장=헬스케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선 개인과 가정이 의료 소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IT의 발달로 집 밖에서 이뤄지던 의료 서비스가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쉽지 않다. 건강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면 의료기기법 적용을 받는다. 병원 밖에서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숙박을 함께 제공하는 메디텔’도 지을 수 없다.

▷이익원 부장=드론의 경우 관련 부처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등 4곳이나 된다. 부처마다 규정이 제각각이다. 제대로 정비되지 않으면 무인 배송을 홍보하는 아마존 같은 회사는 나오지 못한다. 드론 부문에서 글로벌 1위가 중국 업체라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사회=CES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첨단 산업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을 느꼈다. 5월엔 상하이에서 ‘CES 아시아’도 개최한다.

▷현 부장=중국 전자업체들이 차린 부스의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커졌다. 아직은 기술력 차이가 있는 만큼 중국 부스의 관람객 수가 적었지만 한국 미국 일본 등의 기업을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이봉구 기획조정실장=좀 달리 볼 수도 있다. 중국 샤오미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 업체다. 그런데 해외 매출이 거의 없다. 특허 도용 문제로 중국 밖에선 판매에 나서기 어렵다. 중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상당 부분 내수 효과에 기인한 점이 많다.

▷정 실장=한국 전자업계 임원들을 만나보니 중국 기업들의 이익 구조가 글로벌을 얘기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 다만 중국 기업들이 선진 기술을 따라잡는 속도를 유의 깊게 봐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라스베이거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특별취재단=정규재 논설위원실장(단장), 이봉구 기획조정실장,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이학영 편집국장, 문희수 논설위원, 김영우(영상정보부)·이재창(지식사회부)·이익원(산업부)·조주현(증권부)·현승윤(중소기업부)·하영춘(금융부)·차병석(IT과학부) 부장, 주용석(산업부)·조재길(증권부) 차장, 전설리(IT과학부)·정지은(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