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로 질병 진단 '큰 획'…신약 개발·바이오까지 영역 확장
100년 전 엑스레이가 개발됐다. 이로써 사람들은 몸을 절개하지 않고 깊이 숨겨진 종양 등을 영상으로 찾을 수 있게 됐다. 50년 전에는 유방촬영기가 출시됐다. 유방암 발견에 획기적인 도약이 이뤄졌다. 30년 전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고도 몸 속을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가 출시됐다. 환자들은 방사선 노출 없이 안전하게 병을 진단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 의학에서 질병을 진단하는 데 핵심적인 기기들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 바로 제너럴일렉트릭(GE)헬스케어다. 100년 전 GE의 엑스선사업부로 출발한 GE헬스케어는 현재 100여개국에서 5만명 이상의 의료 전문가를 고용한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했다. 한 해 매출만 180억달러(약 19조8000억원)에 달한다.

엑스선 기업에서 복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엑스레이로 질병 진단 '큰 획'…신약 개발·바이오까지 영역 확장
GE헬스케어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미국의 복합기업 GE에서 1913년 엑스레이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GE는 1926년 엑스선관 생산기업으로 주목받던 빅터 일렉트릭을 인수하면서 의료산업에 진출했다. 이후 GE는 70개국 시장에 장비와 서비스를 수출하기 시작한다. 엑스선 분야를 강화하면서 1930년에는 사명을 GE 엑스선회사로 변경했다.

엑스레이로 질병 진단 '큰 획'…신약 개발·바이오까지 영역 확장
2차 세계대전은 도약의 계기가 됐다. 군수품 비파괴검사, 부상병 엑스레이 검진 등 엑스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쟁 이후에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GE 엑스선회사는 산업용 엑스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의료분야 사업 확장에 집중했다. 환자감시장치 등 전자의학 사업 분야의 비중이 커지면서 1956년 사명을 GE메디컬 시스템즈로 변경했다.

이후 영상의학 분야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한 GE헬스케어는 2004년 영국 제약회사 아머샴을 인수해 생명과학 분야를 강화하는 등 영상진단기기뿐 아니라 신약 개발, 바이오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암 진단과 약품 제조 부문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종양 관련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했다. 2006년 비아코어 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데 이어 2007년 웨이브 바이오텍, 2008년 마이크로칼, 2010년 클라리넷, 2011년 어플라이드 프리시전 등을 사들였다.

고객 입장에서 신제품 개발

GE헬스케어 초음파기기
GE헬스케어 초음파기기
GE헬스케어는 고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했다. 20세기 말까지 GE헬스케어는 선진국 고객을 위한 고급 의료기기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국 시장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는 기기의 성능이 가장 중요하지만 후진국의 경우 가격, 이동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신흥국인 중국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인구의 90%가 기초적인 의료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에 GE헬스케어는 저렴하고 이동이 쉬운 장비 개발에 나섰다.

휴대용 초음파기기
휴대용 초음파기기
그 결과 2002년 콤팩트한 초음파기기를 출시하고 2007년에는 가격을 크게 낮춰 고급 초음파 기기의 15%에 불과한 모델을 선보였다. 새로운 제품은 중국뿐 아니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이동하기 편리해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 활용도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동 가능한 초음파 기기는 매년 50~60%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 출시 6년 만인 지난해까지 2억78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2009년 출시된 ‘어드벤처 시리즈’도 환자 입장에서 개발된 제품 중 하나다. MRI는 장시간 몸을 움직이지 않아야 하지만 시끄럽고 폐쇄적인 모습이라 어린 환자들이 공포에 질려 우는 경우가 많아 촬영이 쉽지 않았다. GE헬스케어는 해저, 우주 등 다양한 테마로 촬영실을 꾸몄다. MRI 기기가 흥미진진한 모험을 여는 해적선이나 우주비행선으로 탈바꿈해 이 같은 두려움을 줄였다.

직원 입장에서 인재 양성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내부 고객인 직원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됐다. GE헬스케어는 회사의 핵심 인재상과 부합하는 잠재력을 갖춘 인력을 채용해 각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직무군별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입사 시점부터 매년 진행되는 직원평가시스템을 통해 직원의 재능과 관심 분야, 향후 커리어 계획을 적극 인사에 반영한다. 조직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직원 개개인의 자아 실현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대표적인 전문 리더십 프로그램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재무 핵심 인재 양성 프로그램(FMP), 영업 및 마케팅 분야 전문 리더십 프로그램(CLP) 등이 있다.

GE FMP를 통해 채용된 직원들은 보통 2년 동안 6개월마다 4번의 순환근무를 통해 재무기획, 경영분석,기업금융 업무 등에서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게 된다. 직무 참여뿐 아니라 재무나 경영 관련 정기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임원들의 코칭과 멘토링을 받을 수 있고 GE 맥킨지 리더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 향후 커리어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CLP는 영업전문가를 꿈꾸는 직원들에게 영업 기술 및 역량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