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社 막바지 준비…소비자혜택 확대 기대

현대자동차와의 협상결렬로 BC카드의 복합할부금융 신규 판매가 중단된 가운데 신용카드사들이 새로운 구조의 '신(新) 복합할부 상품'을 이르면 이달중에 출시한다.

이 상품은 카드사들의 일시적인 자금부담이 커지지만 고객 입장에서 대출발생 시점이 다소 늦춰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존 복합할부 상품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업계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금융감독당국은 상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7개월간 계속돼온 현대차-카드사간의 마찰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 신한 등 전업계 카드사들은 지금까지 현대차와 국민카드, BC카드간의 협상진행을 볼 때 앞으로의 복합할부 수수료율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새로운 복합할부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2월과 3월에 현대차와 가맹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새 상품은 할부금융사의 대출시점을 통상적인 카드대금 결제일인 1개월 후로 변경한 것으로 일반 카드거래 방식과 같다.

일반 카드거래는 고객이 상품을 카드로 구입하면 카드사가 이틀 뒤 상품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떼고 대금을 선지급한다.

이어 카드사는 한달뒤 고객으로부터 대금을 정산한다.

기존 복합할부 상품은 고객이 현대차로부터 자동차를 구입하면 이틀 뒤 카드사가 대금을 현대차에 선지급하는 것은 똑같지만 사흘째되는 날 고객 명의로 캐피탈 등 할부금융사의 대출을 일으켜 돈을 돌려받는다.

현대차는 이 구조에서 카드사가 신용공여 및 대손관련 비용 없이 1.9%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과도하다며 카드사의 이익배분(1.9%중 0.53%)을 감안, 수수료를 0.6%포인트 이상 낮춘 1.3%로 하자고 요구해 왔다.

현대차의 압박에 KB카드는 작년 11월 카드수수료율을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격비용을 감안한 최저 수준(1.5%)으로 합의했다.

BC카드는 3일 현대차와 의견을 좁히지 못해 신규 복합할부를 취급하지 않되 가맹점 계약을 유지키로 했다.

카드사들이 검토중인 새 상품은 고객의 자동차 구입대금을 결제 이틀 뒤 카드사가 먼저 현대차에 지급하고 30일 뒤에 할부금융사가 고객과의 계약에 따라 카드사의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카드사로서는 자금부담이 늘지만 할부금융사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할부금융사 입장에서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복합할부 상품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부담하는 1.9%의 수수료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라며 "고객은 청구할인, 포인트적립 등 기존 혜택에 대출 시점이 한 달 뒤로 늦춰져 금리비용이 낮아지는 추가 혜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새 상품 출시에 대한 의견을 구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금감원은 '새 복합할부 상품은 카드사의 일반적인 신용카드 거래방식과 큰 차이가 없고 모든 신용카드에 캐시백을 제공하는 자체가 부가서비스라기보다 프로모션에 가까워 약관심사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조만간 상품설계가 끝나는대로 할부금융사와 세부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은행계 카드사들도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출시 여부를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카드사측은 "이 상품 구조는 카드사에게 신용공여 및 대손비용을 부담케 한 것이어서 현대차로서도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르면 이달중에 시장에 첫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업계는 당장 반발했다.

차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카드복합할부 신용공여 기간을 1~2일에서 30일로 늘리더라도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월 1천원 수준으로 극히 미미하다"면서 "새 복합할부 상품은 불필요하게 원가를 높여 가맹점 수수료율을 높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상품이 허용되면 카드사들이 대손위험이 없는 상품의 신용공여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활용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무한정 높이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