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 코트'부터 '밀회 룩'까지…女心 사로잡은 드라마 속 패션
청말띠의 해인 2014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드라마 속 패션’이 돌풍을 일으켰다. 한류 스타들이 입고 걸친 제품들은 중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셀린느 코트
셀린느 코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방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시작이었다. 주인공 전지현이 착용한 대부분 제품이 완전 판매됐다. 1000만원에 육박하는 에르메스의 캐시미어 망토, 상·하의를 합치면 수천만원대인 샤넬 의상, 미스터앤미세스퍼의 야상 점퍼, 셀린느의 체크 문양 코트, 지미추 구두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루즈앤라운지의 핸드백, 쉬즈미스의 트렌치코트가 주목받았다. 특히 루즈앤라운지의 제품은 중국에 ‘전지현 백’으로 알려지며 국내 면세점 매장에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일명 ‘패션 드라마’의 바통은 지난 3월부터 방영된 드라마 ‘밀회’가 이어받았다. 30~40대 여성들의 스타일 아이콘인 배우 김희애는 이 작품으로 자신의 ‘완판 파워’를 재확인시켰다. 그가 치마 대신 임시로 허리에 둘렀던 에르메스 스카프는 큰 화제가 됐다.

김희애는 이 작품에서 헨리베글린의 핸드백, 마크제이콥스의 트위드 재킷, 오브제의 블라우스를 우아하게 소화해 ‘역시 김희애’라는 말을 들었다. 초고가부터 중저가까지 국내외 브랜드 제품을 재치있게 섞어 입어 지적이면서도 야심 찬 예술재단 기획실장 역할을 소화했다.

 미스터앤미세스퍼 야상 점퍼
미스터앤미세스퍼 야상 점퍼
7월에는 드라마 ‘유혹’의 최지우, ‘괜찮아, 사랑이야’의 공효진이 동시에 부각됐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 ‘겨울연가’를 히트시킨 원조 한류 스타 최지우는 ‘회장님의 딸’이자 호텔 사장으로 분해 온갖 종류의 명품을 착용했다. 이 중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예거르쿨트르의 ‘랑데부 셀레스티얼’은 드라마 방영 직후 국내 매장에 문의가 빗발쳤다. 구찌, 크리스챤디올, 끌로에 등도 최지우가 고급스럽게 소화해 다시 주목받은 브랜드다.

공효진은 조금 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섰다. 정신과의사 역할을 맡아 공적인 자리에서는 와이드팬츠로 무심한 매력을, 집에서는 파자마 등을 편안하게 소화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자세히 보면 까만 테두리 안 초록색 원 안에서 강아지들이 뛰놀고 있는 푸쉬버튼의 ‘도기스 플라잉 레오퍼드 셔츠’는 수많은 짝퉁을 양산했다.

캐스키드슨의 샤워가운, 덱케의 미니도트백, 산드로의 오렌지색 슈트도 그가 히트시킨 제품이다.
'천송이 코트'부터 '밀회 룩'까지…女心 사로잡은 드라마 속 패션
한류 스타인 장나라는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미스터백’으로 연타를 날리며 재기했다. 그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소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손주며느리 룩’을, ‘미스터백’에서는 발랄하고 귀여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지난 20일 종영한 드라마 ‘미생’은 일부 여주인공이 아니라 출연 배우 전체의 ‘직장인 룩’으로 화제가 된 독특한 경우다. 이 작품이 방영되기 시작한 10월부터 남녀 정장 및 셔츠 등 직장인 관련 의류 잡화의 매출이 급증했다. 주인공 임시완이 입은 바쏘옴므의 정장, 강소라가 신은 소다의 구두 등이 크게 주목받았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