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은 지난 7일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한경DB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은 지난 7일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한경DB
국내 대기업 오너들의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력’은 그동안 위기 돌파 때 빛을 발했다. 한화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2년 만에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승연 회장은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 인수,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합병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특유의 과감한 속도경영으로 침체됐던 그룹 경영에 활력과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한화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김 회장이 지난달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그룹의 시계가 빨라졌다. 김 회장의 복귀 후 첫 작품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삼성그룹의 방산·석유화학 계열사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M&A를 단숨에 성사시켰다. 이 빅딜로 한화는 주력 사업인 방위사업 부문의 매출 규모를 2조6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리며 업계 1위로 도약했다. 재계 서열도 9위로 올라섰다. 재계에서는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등을 인수하며 그룹을 키워 온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다시 발휘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그룹 미래수종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태양광 사업도 재정비했다. 태양광사업 양대 축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합병, 중국 잉리솔라를 제치고 태양광 셀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최근 국제 유가 급락 탓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덩치와 기술력을 키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판단에서다. SK이노베이션이 태양광사업에서 철수하고, OCI가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