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폭락 사태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판매를 중단하는 극약 처방을 내리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루블화 가치가 47%나 떨어져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GM "팔면 팔수록 손해…판매 중단", 현대車 "수익 악화 불가피…상황 주시"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GM과 독일 아우디, 인도 재규어랜드로버가 러시아 시장용 자동차 선적을 중단했다. GM 관계자는 “루블화 하락에 따라 자동차 판매는 늘지만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며 “지난 16일부터 러시아 딜러들에 대한 자동차 공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러시아 현지 칼루가공장 가동을 22일부터 내년 1월12일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16일부터 해외 공장에서 러시아로 보내는 신차 선적작업도 하지 않고 있다. 아우디의 모기업인 폭스바겐도 칼루가 공장 생산량을 줄이고 직원 600명을 감원했다.

자동차 업체 외에 애플도 러시아에서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고, 세계 최대 가구판매업체 이케아 역시 가격표 조정을 위해 러시아에서의 영업을 19일까지 하지 않았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11월 현지 판매량은 각각 16만4000대와 18만6000대로 지난해 대비 1.5%와 3.7%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러시아 판매차종 중 쏠라리스와 리오는 현지공장에서 생산돼 환율 영향이 적다”면서도 “루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채산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판매 차량의 절반가량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에서 연간 20만대의 소형차 쏠라리스와 프라이드(현지명 리오)를 생산한다.

쌍용차는 러시아 수출이 전체 수출실적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타격이 더 크다. 쌍용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2만2599대를 러시아에서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든 수준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중국과 유럽 등을 적극 공략하는 수출 다변화를 통해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반조립(CKD) 방식으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한국GM은 올 1~11월 실적이 2만63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났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