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CEO 서밋' 기업인 500여명 참석

박용만 회장 "기업가 정신으로 새 성장엔진 찾자"
전문가들 "韓, 제조업→서비스업 구조개혁 필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한국, 빠른 추격자 전략 한계…기업이 혁신·기술개발 주도해야"

“한국의 빠른 추격자 전략은 한계를 맞았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때다.”(폴 로머 뉴욕대 교수)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기업인들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에서는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기업인 500여명이 세계 경제침체 속 성장 전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참석자들은 기업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기업가정신의 부활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혁신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성장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세계경제 전망과 아시아의 역할’이란 주제발표에서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의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빠른 추격자’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격성장 전략으로 빠르게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지만, 선진국 문턱에 가까워질수록 성장이 둔화된다”며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지식산업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조개혁의 핵심은 기업이 주도하는 기술개발과 혁신”이라고 지적했다.

로머 교수는 주제발표 직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의 대담에서 시장진입 규제 혁파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1980년대 통신사업을 독점하고 있던 AT&T를 쪼갠 결과, 퀄컴과 애플 등 새로운 기업이 신규사업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박 회장은 “대한민국의 많은 산업에 진입규제가 존재한다”며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을 막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경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지식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시장 주도형 경제가 돼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자유로운 진입과 경쟁이 가능해야 시장 전체의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정신, 성장 정체 ‘탈출 해법’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가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박 회장은 “세계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성장엔진을 어디서 찾을지를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과 아세안의 기업인들이 기업가정신과 혁신으로 무장해 새로운 역동성을 찾아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혁신 기업의 성공사례도 소개됐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혁신적 서비스는 각 지역 고유의 문화가 기술과 결합해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닐 때 나온다”고 강조했다. 미국 CNN이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10가지’에 소개팅과 여성골퍼를 꼽았는데, 이런 문화가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소개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스크린골프라는 새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은 2001년 항공기 2대로 시작해 지금은 항공기 150대를 보유한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로 성장한 비결로 ‘혁신’을 꼽았다. 그는 “에어아시아는 활주로 요원을 IT팀장으로 임명하는 등 직원들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파격적 인사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한국 기업인 300여명과 황꾸억부응 베트남전력공사 회장, 부이 응옥 바오 페트로리멕스 회장 등 아세안 10개국 기업인 200여명이 참석했다.

부산=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