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이 웨딩화보 촬영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화장을 고쳐주고 있다. 케이스타일트립 제공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이 웨딩화보 촬영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화장을 고쳐주고 있다. 케이스타일트립 제공
경기 양평군 북한강 기슭의 더써드마인드스튜디오에선 ‘찰칵’하는 사진 찍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주인공은 드레스를 입은 중국인 왕징(30).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케이스타일트립이 내놓은 3만5000달러(약 3800만원)짜리 웨딩 화보 상품 ‘별에서 온 천송이’의 3박4일 일정 중 하루였다. 이날 화보 촬영은 메이크업을 포함해 12시간가량 걸렸다. 왕징은 “여자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싶을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메이크업은 김태희 김연아 탕웨이 보아 등 정상급 연예인의 화장을 책임졌던 정샘물 원장이 맡았다. 사진은 유명 연예인의 웨딩 화보를 찍은 김보하 작가가 찍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올 연말 600만명을 넘어서고 2020년에는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겨냥한 여행 관련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여행사가 내놓지 못했던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과 서비스로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목표다.

○“중국 결혼시장 연 100조원 규모”

직원 7명의 케이스타일트립은 엠파스와 KTH 부사장을 지낸 박태웅 대표(51)가 지난 5월 세웠다. 쉰 살이 넘은 나이와 정보기술(IT) 회사만 다닌 경력에도 과감히 여행 관련 창업에 나선 것은 그만큼 기회가 많다고 봤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중국 결혼시장은 연 100조원에 이른다”며 “땅이 넓고 부자가 많아 결혼식을 두 번 세 번 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데리고 나가 해외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케이스타일트립의 첫 상품으로 웨딩 화보를 고른 이유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가장 큰 업체와 비교해봐도 헤어와 메이크업, 사진 찍는 수준이 한국과는 5년 이상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케이스타일트립은 후속으로 스타일리스트가 따라붙어 한국 최상층이 가는 옷가게를 안내해 주고 코디해주는 ‘퍼스널 쇼핑’, 접는 자전거를 빌려줘 지하철과 연계가 가능한 서울 자전거 여행 등의 상품을 준비 중이다. 버스에 관광객을 단체로 실어 명동이나 면세점에 내려주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관광 상품에서 벗어나 제대로 한류의 정수를 알려주겠다는 생각에서다.

○“13억 인구 중 이제 600만명”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짜이서울’과 ‘짜이부산’이란 안내 책자를 매달 3만부 발행해 공항과 관광안내소 등에 무료로 배포하는 스타트업 짜이서울. 짜이라는 말은 영어 단어로 ‘in’과 같은 뜻이다.

이경준 짜이서울 공동대표(33)는 “중국 13억 인구 중에서 이제 겨우 600만명이 한국을 찾은 것”이라며 “분명 이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잡지를 만들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목소리를 직접 현장에서 듣는 것은 짜이서울의 강점이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잡지로 시작했지만 숙박과 여행 상품 판매로 영역을 넓힌 것도 그 덕분이다.

이 대표는 “패키지보다는 개별 여행, 첫 방문보다는 2~3회째 재방문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며 “서울을 벗어나 다른 곳도 가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직접 여행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이섬이나 경기 파주, 강원지역 등으로 반나절 혹은 1박2일로 가는 코스에 가격은 5만원에서 15만원 선이다.

이 밖에 여러 스타트업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병원 정보를 알려주는 굿닥은 성형 수술을 위해 한국에 오는 중국인을 위해 ‘굿닥 중국앱’을 지난해 출시했다. 트립비는 여행 후기 서비스인 ‘트립비 리뷰’를 올 5월 선보였다. 후기의 70%가량이 중국어로 작성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