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천자칼럼] 미국의 입학 할당제

입학사정관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하버드의 애버트 로웰 총장은 오늘의 하버드를 만든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1909년부터 24년간 총장직을 맡으면서 학생 수를 2배, 기부금을 7배나 늘렸다. 하지만 그의 재임 당시 유대인 입학이 늘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크리스천 전통의 대학 정체성도 위기에 봉착했다.

1926년 유대인 비율이 27%에 이르자 로웰은 입학사정관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 제도를 만든 지 4년 만에 유대인 비율은 15%로 떨어졌다. 물론 흑인들은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웰의 성공 이후 미국 대학들은 대부분 쿼터제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유대인과 흑인의 대학 입학에 제한을 가했다. 특히 미국 대학에서 흑인 비율은 1950년대만 해도 5%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의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은 흑인들의 입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수능 격인 SAT에서 총점의 14%를 공짜로 얻는 특혜를 받았다. 흑인은 성적이 나빠도 대학에 쉽게 들어갔다. 그 결과 흑인 대학생 비율이 1970년 7.8%, 2010년대에는 15%를 넘어섰다.

백인 학생들이 발끈한 것은 물론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생 바키는 1978년 인종쿼터제 때문에 자신의 입학이 좌절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헌법상 평등 조항을 위배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바키의 편을 들어주긴 했지만 입학 사정에서 인종을 고려사항으로 간주하는 것 자체를 위법으로 판결하지는 않았다. 당시 파월 대법관은 다양한 인종이 캠퍼스의 다양성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며 적법하다는 논리를 폈다. 최근에는 흑인들 중에서도 할당제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역할당제라는 형태로 이 제도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버드에서는 이제 아시아계 학생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아시아 학생들이 주축이 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모임(SFAA)이란 단체가 하버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할당제가 오히려 아시아 학생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년 동안 하버드대에 입학한 아시아 출신은 17.6~20.7%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공계 명문 칼텍의 아시아계 학생비율은 지난해 45.2%에 달했다.

1960년대 대학가가 이념 편향에 치우치면서 소위 다양성 입학도 확산됐다. 그러나 대학은 역시 수학능력으로 선발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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