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레고 하듯 부품 결합…'조립 스마트폰 시대' 열린다
레고 블록처럼 필요한 부품들을 조립해 나에게 맞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는 구글의 조립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Ara)’의 부품을 결합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구동하는 시연 동영상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아라는 올초 구글이 50달러대 저가 스마트폰을 확산시키기 위해 내놓은 프로젝트다. 공개될 당시만 해도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에는 실제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은 내년 1월14일 미국 본사에서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아라 프로젝트 최신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핀란드 스타트업인 Vsenn도 조립식 스마트폰 시장 진출 계획을 공개했다.

○구글 조립폰 내년부터 본격화

조립 스마트폰은 필요한 부품만 선택해 가격 거품을 뺀다는 착상에서 출발했다. 원하는 부품을 구입해 직접 조립 PC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 배터리, 카메라 등 각종 부품을 입맛대로 선택해 조립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지난 1월 휴대폰 제조를 담당하던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했다. 하지만 아라 프로젝트는 남겨뒀다. 아라의 첫 번째 시제품(Spiral 1)은 뼈대 역할을 하는 본체에 배터리, 프로세서, 마이크로USB 등의 부품을 갈아 끼우는 방식이다. 주요 부품 중 바꿀 수 있는 것은 전체의 50% 정도. 내년 초 공개할 다음 시제품에는 더 많은 부속을 바꿀 수 있는 공간이 생길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스타트업도 시장 진출

구글에 힘을 보탤 우군도 생겨났다. 노키아 X프로젝트 개발자가 공동 설립한 핀란드 스타트업인 Vsenn이 조립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 이 회사는 이달 초 트위터를 통해 세부 스펙을 공개했다. 뼈대가 되는 본체는 4.7인치 풀HD 해상도, 124×63×8.9㎜ 크기다. 여기에 카메라, 배터리, 프로세서·메모리 등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구글 아라에 비해 부품 선택을 간소화시켜 보다 쉽게 조립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려는 취지다. OS 업데이트를 4년간 보장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조립 스마트폰은 2010년 이스라엘 업체 모듀가 먼저 제시한 개념이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데이브 하켄스는 지난해 조립식 스마트폰 ‘폰블록’ 프로젝트도 선보였다. 구글 아라는 이 같은 개념을 실제 상용화 단계로 끌어낸 프로젝트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조립PC 시장처럼 많은 부품 업체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게 과제로 꼽힌다. 구글은 구글스토어에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매해 설치하듯 각 부품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전용 장터를 개설해 참여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구글 아라 프로젝트 담당자인 폴 에레멘코는 “구글의 개발자툴을 참고하면 누구나 부품 모듈을 개발하고 이를 전용 시장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구글 플레이에서 앱의 평점과 리뷰를 보듯 각 부품에 대한 평가를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