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가 계속 지연되면서 정부와 산업계가 애를 태우고 있다. 경쟁국들에 앞서 호주시장을 선점할 좋은 기회를 만들어놓고도 아까운 시간을 날리고 있어서다. 더욱이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일본에 추월당할 판이다. 일·호주 경제협력협정(EPA)은 내년 초 발효가 확실하지만, 우리는 국회 비준동의안이 언제 처리될지 기약도 없다.

산업연구원은 ‘일·호주 EPA에 따른 한·호주 FTA 효과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호주 FTA가 일·호주 EPA보다 늦게 발효하면 최대 연평균 4억6000만달러의 제조업 수출 손실(기회비용)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한·호주 FTA가 최소한 일·호주 EPA와 동시에 발효해야 일정 부분 수출 증가(연평균 2억3000만달러)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시장에서 한·일 간 경합관계가 치열한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고도 남는 분석이다.

더구나 한·호주 FTA와 일·호주 EPA는 비슷한 수준의 상품분야 양허내용을 담고 있다. 누가 먼저 발효시키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특히 주요 수출품목의 관세양허 일정이 대부분 3년 이내로 설정돼 있어 발 빠른 쪽이 선점효과를 누릴 건 뻔하다. 우리나라의 대(對)호주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동차만 해도 평균 관세율이 5%나 된다. 우리가 FTA를 먼저 발효하면 높은 수출 증가가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호주 수입차 시장을 일본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 엔저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일본은 속전속결이다. 한국보다 발효는 먼저 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일·호주 EPA는 중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참의원 상임위원회 승인까지 마쳤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엊그제서야 외교통일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비준 동의안을 보고받은 정도다. 어렵사리 체결한 FTA를 국회가 또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탓에 선점효과를 날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보다 발효가 늦어질수록 기회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회가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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