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리기가 최고의 부양책"
미국은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을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독일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산업구조를 바꾸는 ‘4차 산업혁명’에 나섰다. 기업과 기업가 정신을 경기 침체 탈출의 해법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 KOTRA가 공동 개최한 ‘제7회 기업가정신주간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이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기업을 살리는 것이 최고의 경기 부양책”이라고 강조했다. 이토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자문기구인 일본부흥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일본 기업들의 ‘돈 버는 힘’을 키워주는 데 있다”며 “기업이 살아나면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적자재정을 펼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겪지 않으려면 기업 투자를 늘릴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가 5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한 해법을 기업가 정신 부활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동원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1998년 싸이월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기본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지만 글로벌 무대로 도약할 기회를 놓쳤다”며 “갈수록 위축되는 벤처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역발상과 도전”이라며 “혁신 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건전한 ‘벤처 거품’이라도 만들 수 있는 생산적 투기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산업연구실장은 “기업은 기회가 있다면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한다”며 “기업이 법인세를 다 냈는데도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정책 등 규제를 풀어야 기업가 정신이 살아난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