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물·보리·공기 50년간 숙성"
스코틀랜드에선 싱글 몰트 위스키를 ‘대자연이 만든 순수한 영혼’이라고 부른다. 물과 보리, 거친 바람 외에는 아무것도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싱글 몰트를 숙성시키는 건 오크 통과 긴 세월이지만, 그 과정을 총지휘하는 이가 있다. 바로 ‘몰트 마스터’다. 현재 영국 전역에 15명뿐이다.

지난 주말 ‘싱글 몰트의 성지’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북부 스페이사이드에서 더 글렌리벳의 몰트 마스터인 앨런 윈체스터 스코틀랜드 위스키협회장(56·사진)을 만났다. 더 글렌리벳은 20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50년산 싱글몰트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 시리즈의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딴 ‘더 글렌리벳 윈체스터 컬렉션’(약 2600만원). 100병만 한정 출시하며 한국에는 한 병만 들어온다. ‘빈티지 1964’는 싱글 몰트의 풍부한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숙성을 마친 뒤 알코올 도수 42.3도의 원액을 그대로 병에 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향긋한 배와 건포도향, 다크 초콜릿과 블랙 체리, 캐러멜 향 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 퍼지지 않나요. 긴 여운을 느껴보세요. 50년간 스코틀랜드의 공기를 가득 머금은 지금이 이 위스키를 마실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스코틀랜드 토박이인 윈체스터 회장은 17세 때 증류소에서 수습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열네 살 여름방학 때 우연히 증류소 가이드로 일하다가 위스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후 20여개 증류소를 거쳐 1997년 ‘싱글몰트의 효시’인 더 글렌리벳에 합류했다.

그는 위스키의 효시가 된 더 글렌리벳 증류소 인근 해발 600m 언덕을 ‘밀수꾼의 길’로 이름 붙이고 외부인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자연과 위스키 역사를 모르고선 진정한 위스키의 맛을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윈체스터 회장이 매일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증류소로 향하길 40년. 미각과 후각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와 담배도 멀리해 온 그는 “증류소가 내 고향이고, 곧 최고의 휴양지”라고 말했다.

스페이사이드(스코틀랜드)=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