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세계로 나가는 한국의 '퍼스트 무버'
팸퍼스(일회용 기저귀), 질레트(안전면도기) 등의 브랜드는 당시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었다. 수많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다.

국내에도 퍼스트 무버들이 있다. 체(體)성분분석기 회사인 바이오스페이스는 지난 2일 사명을 대표 제품명인 ‘인바디’로 아예 바꿨다. 인바디의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1996년 설립한 인바디는 팔, 다리, 몸통 등 신체 부위별 체성분을 분석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기저항측정법을 적용해 간편하면서도 정확하게 체성분을 측정했다.

혁신의 성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68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501억원의 매출과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인바디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등에 해외법인을 두고 70여개국에 제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를 개발한 아이디스도 간편함에서 힌트를 얻어 시장을 개척했다. 이 회사는 폐쇄회로TV(CCTV)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존 365일 24시간 녹화된 분량을 무거운 비디오테이프가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아이디스 관계자는 “국내 CCTV 리코딩 시장의 52%를 점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뉴욕 지하철, 유니버설스튜디오, 중국 푸둥공항,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도 아이디스 제품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부강샘스는 침구살균 청소기 레이캅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가전시장을 뚫었다. 의사 출신인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가 2004년 회사에 합류해 자동차와 전자부품을 만들던 회사를 건강가전회사로 변신시켰다. 아이디어는 이불을 두드리고 햇빛에 말리는 한국의 침구살균법에서 얻었다. 레이캅의 성공 이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침구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레이캅은 5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제품의 80%는 해외로 수출한다.

포스코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마이다스아이티는 건설과 정보기술(IT)을 융합했다. 바람, 열, 비, 지진 등 외부 환경이 건물 구조에 주는 영향을 수치로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건축 설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다. 미국 중국 인도 등 6곳에 해외 현지법인을 뒀다. 김국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기간에 급속한 발전을 이끌어온 효율성 중심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급변하는 경쟁 환경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최초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